리뷰

손현태
2018.07.25
스포일러 주의!
<잠자는 미녀의 한계>는 감독 본인이 동명의 단편(기준에 따라 중편이기도)을 셀프 리메이크한 장편 영화다. 단편의 경우 2015년 유바리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감독인 니노미야 켄에게는 이 영화가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관람 당일 GV가 있었는데 사실 그 전에 감독을 먼저 본 적 있다. 니노미야 켄 감독은 18일에 진행되었던 한일 저예산 장르영화 생존기 메가토크에 정가영, 고봉수, 이와키리 이소라(<성스러운 것>) 감독과 함께 패널로 참석했었고, 나는 이 메가토크에 참석해 잠시 들었다. . GV에서 감독은 일본에는 관객들을 위로를 전달하고 응원하는 영화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힘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영화를 가만히 앉아 다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감독의 의도는 나에게 충분히 작용했다. . <잠자는 미녀의 한계>가 이토록 나에게 힘이 나게 하는 이유에는 영화의 서사와 OST가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영화의 서사는 연인의 죽음 이후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주인공이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시간적 불연속성과 현실과 망상의 혼란이 영화에 눈에 띄지만 결국 주인공이 슬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극복하는 과정을 보며 나도 힘을 받은 듯하다. 그리고 영화의 OST도 굉장히 신나고,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그 OST에 맞춰 감각적으로 연출된 영상 역시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 방금 잠깐 언급했듯이 영화는 시간의 불연속을 특징으로 하는 것과 함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허상인지 구분하기 힘든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 모든 장면에서 현실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굳이 어떤 시퀀스가 현실이다라고 주장은 할 수 있다. 적어도 허상, 망상으로 보이는 부분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시간의 불연속성, 동일 사건의 변주와 반복, 망상이라는 점은 데이빗 린치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아키가 겪은 사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고 변주되는 아키의 망상은 마치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설정과 유사하다. 거기다 데이빗 린치 영화에 기이한 인물이 등장하듯 이 영화에서는 광대 분장을 한 아키의 분신인 부키(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라는 기이한 인물이 등장한다. . 데이빗 린치의 영화와 닮은 듯한 이 영화는 또 자비에 돌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특히 감독은 <로렌스 애니웨이>를 감명 깊게 본듯하다. 이러한 점은 영화 속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아키가 극중에서 <도쿄햄릿>의 오필리아 역 오디션을 보러 가는 장면에서 말이다. 이 장면에서 아키는 지원자들이 늘어선 계단을 올라간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경쾌한 음악 그리고 아키를 보는 지원자들의 얼굴을 보여주는 쇼트는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애니웨이>의 한 장면을 OST까지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로렌스 애니웨이>, <마미>(제가 본 돌란 영화는 이게 전부다 보니…)에서 돋보이는 다채로운 색상의 향연과 조명의 감각적 활용이 영화 전반에 나타난다. . 또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결말이다. 결말에서 아키는 자신의 망상을 끝내고 눈을 뜬다. 번쩍 뜨는 눈을 카메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로 촬영했다. 이 장면 직후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데 오묘한 지점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나올 때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 배경은 마치 리듬게임 배경에 등장할 법한 배경인데 중심에 눈동자와 같은 원이 존재한다.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눈동자 쇼트 이후 배수구 쇼트로 넘어가듯 이 영화에서도 유사한 쇼트 전환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본 영화는 끝났지만 말이다. 거기다 엔딩크레딧 배경은 우리가 밝은 어떤 것을 보고 난 뒤 나타나는 잔상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극장의 불이 켜진다. 어쩌면 영화의 잔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진정으로 현실에 눈을 뜬다. 아키가 자신의 망상 속에서 힘을 내고 현실로 나갈 용기를 얻었듯,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힘을 준다. 그리고 관객은 극장의 불이 켜진 뒤 영화에서 얻은 힘, 용기를 바탕으로 자리를 박차고 현실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