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간섭
2018.07.29
애니메이션 <인랑>은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다. 세계관은 견고했고, 그림은 수작이었다. 셀 애니메이션 시대에 유종의 미를 거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다만 결점 아닌 결점으로 지목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대중문화 장르에 속하는 컨텐츠로써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훌륭한 작화, 밀덕에게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정교한 총기 재현, 전공투 세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서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톤을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투자자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한국영화 <인랑>은 정체성이 모호했다. 붉거나 푸른 엠비언트 조명 속에서 모델처럼 연기하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화면은 아름다웠지만, 미래 설정으로 디자인된 거리미술은 한없이 가벼웠고(심지어 택시가 나올 때마다 피식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들여 설계한 액션 씬은 화려했지만, 사족처럼 느껴졌으며, 특기대 수트의 파괴력은 사라졌고 독창성을 잃었다. 내용 설명을 위해 들어간 모션그래픽은 이야기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 원작의 레이아웃을 재현한 시퀀스들은 제법 괜찮았지만, 이 장면들 역시 각색된 내용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지 않았으며,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던 ‘빨간 두건’ 이야기는 힘을 잃었다. 이것을 대신할 대안이 되는 이야기 구조도 없었다. 영화 <인랑>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주제와 감정을 파고들다 마지막에 고요히 폭발했던 원작의 구심력을 담아내지 못했다. 충실히 재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각색된 이야기들도 일관되고 타당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애당초 제대로 리메이크하기 어려운 작품이라 걱정했지만, 결국 난관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건드려서는 안될 작품에 손을 댄 것 같다. 나에게 영화 <인랑>은 마치 ‘태권도로 악당을 물리치는 로보캅 이야기’ 만큼 부자연스럽고,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