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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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는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교사가 학생들과 복싱부를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는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재미도 감동이 상당히 부족하다. 모두에게 무시를 받고 미움을 받는 선수 출신 교사, 그리고 그의 지도와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학생들이 뭉쳐서 기적을 써내려가려고 하는 스포츠 드라마다. 스포츠 드라마의 재미는 피와 땀으로 쟁취하는 성장과 이를 아슬아슬한 승부로 확인하는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훈련 몽타주도 있고, 모두의 이목이 쏠리는 경기 씬들도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좋은 배우들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면에서 아쉬움만 남긴다. 일단 복싱 영화라는 서브장르 자체가 워낙에 훌륭한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기준도 높으며, 동시에 대충 베끼기만 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캐릭터들의 비중 문제다. 일단 영화는 조연들이 꽤 많다. '성난 황소'나 '록키' 시리즈만 해도 사실 주요 캐릭터는 한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 중에서도 결국 주인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조연들은 말그대로 조력자, 혹은 대결 상대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조력자들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캐릭터와 사정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전개하지 않고 시작과 끝은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부실하게 설계돼서 굉장히 찝집한 전개를 보여준다. 비록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진선규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링 위에 오르는 선수는 성유빈이고, 그의 캐릭터, 왜 그가 복싱을 하고, 그에게 복싱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장면은 거의 없으며, 정말 말그대로 진선규의 아바타 정도로 밖에 묘사가 안 되니 스포츠 드라마의 꽃이어야 하는 경기 씬들이 긴장감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많은 조연들과의 호흡이 재밌냐하면 그것도 애매하다. 영화는 이들이 함께 있는 씬에서는 언제나 관계의 주도권을 진선규의 캐릭터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의 우정이나 라이벌 의식이나 진심된 관계는 아주 겉핥기 수준으로 밖에 안 나타난다. 이들이 함께 있는 동안 서로 한마디의 대화라도 더하는 장면이라도 넣어야하는데, 그 시간에 영화는 계속해서 타율이 애매한 코미디만 던진다. 안 그래도 러닝타임이 길지도 않은데, 그 코미디에 대한 과한 집착 때문에 영화는 이야기 전개에 영향력이 하나도 없는 씬들도 넣고, 그 때문에 캐릭터들에 대한 빌드업을 할 기회를 놓치니 클라이막스에서 와야할 위기감이나 긴장감도 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