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엇인가 살아움직이는 것 같다, 진짜로.

누가 뭐래도 원작을 본 사람들‘만’을 위한 영화. 물론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끔 영화내적으로 완결된 서사가 있긴 하지만, 원작을 모두 본 사람들에겐 고작 두 시간의 영화가 과거 만화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가슴뛰었던 시간 전체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여기엔 원작을 꿰뚫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편집과 생략의 묘가 있다. 작품 속 인물의 몰입이 깨질 때마다 등장하는 잦은 플래시백은 물론 영화 자체에 있어선 촌스러운 도구이겠지만, 이미 모든 이야기를 아는 사람에게는 매 순간이 응축된 서사가 한번에 터져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중심인물의 초점을 조금 옮기고 이미 영광의 주인공이었던 인물의 서사를 몇 컷만으로 축약함으로써 얻어내는 신선함도 상당하다. 활자로 처리되던 대사가 육성으로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모든 상황을 감싸는 배경음악, 그리고 효과음의 사용은 원초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특히 풀벌레소리가 들릴 때의 자유투 장면은 매우 인상깊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두 떠나서, 그림의 흔적으로 축적된 원화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는Anima 오프닝크레딧부터 압도적이지 않은가. 한 화 내내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던 컷씬이 연속된 프레임으로 살아 움직일 때animate, 그렇게 끝없이 가속하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다시 원작의 컷으로 되돌아갈 때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anima-tion, ‘숨결을 불어넣는 일’임을 다시금 되새길 수밖에 없다. 친구 집에 있던 만화책을 빌려 읽으며 느꼈던 짜릿함을 고스란히 되살린 것 같은 축복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