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upreme
2023.03.01
무표정의 울림.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페이퍼, 플리즈>라는 게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상의 동구권 국가를 배경으로 해 서류작업을 하는 게임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페이퍼, 플리즈>라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게임의 장점은 '몰입감'과 '선택지'에 있을 겁니다. '먹고사니즘'으로 대표될만한 이야기와 도덕적 선택의 딜레마, 게임 상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각자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타인의 삶>은 이러한 어떠한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작동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그 톱니바퀴가 어떻게 시스템 바깥으로 끌려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누군가를 심문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소위 말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평범한 누군가가 위험한 수법으로 심문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서부터 영화가 전개 됩니다. 평범한 악이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어떻게 다른 세계와 감응하여 변화하게 되는지에 대한 관찰기에 가까운 영화는, 매우 건조하고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영화는 비슷한 시기를 다룬 <굿바이, 레닌>이나 혹은 다른 영화들과 굉장히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부분, 동시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문에 있습니다. 어찌보면 '독일' 영화라는 측면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오, 혹은 지난 날의 일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어떤 '구조'와 그 구조에 헌신하는 평범한 '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은 묘하게 관객에게 미뤄놓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과연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주인공의 행동은 정당한가, 주인공의 행적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적극적인 악과 소극적인 저항은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가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타인의 삶>은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문에 달린 바깥을 내다보는 구멍 같은, 타인의 삶을 통해 세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그렇게 많은 의문을 관객에게 던져주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에게 어떤 영화들은 누군가의 얼굴로 기억되곤 합니다. 저에겐 <타인의 삶>은 주인공 비즐러의 무표정한 얼굴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