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페의케이트
2023.03.16
스포일러 주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L'amant>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랑스령 베트남이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가난한 프랑스 소녀와 서른두살의 부유한 중국인이 만나 사랑을 나눈다. 부유한 중국인은 정해진 베필과 결혼을 하고 프랑스 소녀는 프랑스로 떠난다.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너만이 내 연인이었음'을 추억한다. 소녀의 성장과 남녀의 열정적인 정사 그리고 사랑이 구분짓기 어려운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다. 프랑스령 베트남이라는 독특한 시공간->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운 가난한 가정환경(엄마가 가장, 세남매 중 폭군인 첫째아들, 나약한 막내아들)-> 주인공 소녀의 개성과 매력 (그러고보니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 남자는 어떤 남자냐... 여자 경험 많지만 순정이 있는 부유한 중국인-> 서른두살 남자와 열일곱 소녀의 정사 그리고 사랑 이야기 서사는 평범하지만 배경과 캐릭터가 독특해서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 영화였다. 육체적으로 끌린다는 것은 종종 사랑의 전제가 된다. 처음엔 육체적 관계로 시작되었지만 어떤 두사람이었느냐에 따라 사랑이 되기도 하고 육체적 관계로 끝나기도 한다. 처음 소녀가 남자를 배에서 만났을 때 남자가 소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했던 말들은 그야말로 상투적이었다. 무슨 말이었는 지 기억도 안 난다. 뭐 처음 만났는데 하는 말이야 사실 뻔하다. 만나자마자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날씨가 좋지요? 이 배는 왜 타고 있어요? 이런 정도의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끌린다는 것. 그것은 상대방 몸의 실루엣이나 촉감 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듯하다. 얼굴의 선이라던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각도라던지 어느 하나만으로 관능이 촉발된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외형을 포함해 그 사람이 하는 말, 목소리, 행동 등으로 이루어지는 총체적이지만 순간적인 자극이랄까. 체홉의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생각난다. 바닷가에서 한가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던 남녀가 주인공인데, 남자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었던 것 같고, 남자는 처음에 그저 무료한 시간도 달랠겸 해서 여자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을 가지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일생의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비포선라이즈> 를 포함해 비포 시리즈도 생각이 난다. 혼자하는 여행은 언제나 한가롭다. 둘다 혼자 여행 중이었고 하루종일 함께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고 십년이 지나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는 그런 이야기. <연인>에서도 소녀가 남자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평생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하는 일은 사랑을 나누는 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았다. 이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에로스적 사랑은 지루하고 나른한 일상,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어떤 결핍, 탈출구에의 필요와 만나 파워풀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사랑이 어디서 피어났는가, 라는 질문. 뭐랄까, 어떤...사랑의 순결주의? 같은 관념은 어리석다. 너의 사랑은 육체 관계로 시작했으니 사랑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말들은 사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