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연우
2023.03.23
철지난 개그 프로그램의 영화화
3월 22일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 <웅남이>를 보고왔다. 코미디언 박성광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단군 신화 속, 쑥과 마늘을 먹고 곰에서 사람이 되었다는 웅녀의 이야기를 변형하여 현실로 끌고왔다. 그러니까 제목 웅남이는 웅녀의 남자 버전인 셈이다. 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러한 기본 설정은 꽤나 독특하게 보이지만, 이를 구현해낸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다. 곰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겨울잠, 괴력과 같은 단순한 설정들로 웅남이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웅남이는 초인마냥 보여질 뿐, 그가 가진 약점이나 심리적인 불안감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박성웅 배우의 외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도록 다소 서툴고 조금은 바보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지만, 사실 이전의 여러 작품들에서 이미 시도되었던 웃음 포인트이다. 일단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물이자 범죄 오락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두 테마의 결합이 매끄럽지 않다. 어느 한 쪽의 매력도 돋보이지 않고 미숙한 모습들을 보이면서 다소 애매한 장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범죄물로서 이 작품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마약과 폭력을 일삼는 범죄 조직과 그를 쫒는 경찰팀의 잠복, 추격 같은 흔한 요소들을 종합하고 되풀이하였지만 서사 자체에 빈 구멍이 너무나 많다. 후반부로 가면 경찰들의 행적도 굉장히 맹목적으로 되어버린다. 테러를 막아야 하는 것인지, 빌런을 잡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웅남이를 구해야 하는건지, 플롯에 목표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극적인 긴장감은 조성되지 않고 캐릭터들과 서사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할만한 포인트였던 코미디적인 부분 역시 tv쇼의 감성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개그 프로그램와 다르게 영화는 서사를 다루는 매체인데, 이 작품은 캐릭터들을 희생시키며 일회성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방식의 코미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나도 올드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되어 버린다. 무논리적으로 우기고 호통치는 식의 말장난 개그는 이제 식상하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웅남이>는 박성광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진심, 그가 그간 연예계에서 얼마나 착실하게 활동해왔는지(주조연부터 카메오까지 캐스팅이 심상치않다)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입봉작인 만큼 작품의 완성도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아래였으며, 상술한 측면들 외에도 플래시백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미숙한 카메라 워크 등등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