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때 그곳의 빛과 색으로 되비춘 필름의 시대

4월 12일 개봉 예정인 판 나린 감독 <라스트 필름 쇼>를 시사회로 관람했다. 정식으로 개봉하며 정정되었지만 영화제 상영 당시 제목이 <안녕, 나의 시네마 천국>이었던 만큼 <시네마 천국>과 비슷한 결을 따라가며 오마주를 바치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카스트 제도가 무의미해지고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2010년 인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사메이는 시골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이다. 극장에서 황홀한 빛의 체험에 빠진 소년은 영화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영화계가 추잡하다며 엄하게 꾸짖는다. 사메이는 부모님 몰래 매일 극장에 가 영사 기사 파젤에게 도시락을 주고 공짜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전반적인 플롯은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시작해서, 친구들과 함께 영사기를 제작하여 영화를 상영하고, 나중에는 필름을 오려 이야기를 직접 재구성하는 창작자가 된다. 한편,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주된 장치는 시간성이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고, 급변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했으니 말이다. 극 중 시간을 의미하는 사메이라는 이름이나 고장난 시계에 대한 언급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메이의 아버지는 과거 대규모의 소농장을 운영했지만 형제들에게 속아 이를 날리고, 현재는 학비 내기도 버거운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주변에서는 브라만 계급이 차를 판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마을의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반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극 중 갤럭시 극장은 이제 낡고 쇠퇴해가는 공간이지만, 아이들의 손에 의해 색을 부여받고 생기를 더하게 되었다. 사메이와 친구들이 아지트로 삼아 영화를 보던 유령마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방문한 이후,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장소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찰랄라를 떠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후에 파젤 아저씨의 입을 통해 한 번 더 강조된다. 갤럭시 극장의 필름 영사기가 디지털 영사기로 대체되며 그는 직업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사메이는 슬퍼할 새도 없이, 쓰레기로 실려가는 극장의 장비들을 따라간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영사기는 숟가락으로, 필름은 플라스틱 장신구로 재탄생하였다. 그것들을 녹이고 있는 용광로의 빛을 바라보는 사메이의 뒷모습은, 전반부 극장에서 빛을 바라보던 소년의 모습과 대치되는 듯 보인다. 엔딩 장면에서는 마을을 떠나는 사메이의 시선으로 여성들의 장신구를 바라보고, 세계적인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된다. 그들이 있었기에 필름도 있었고, 그 필름이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영화는 곧 일상이 되었다. <라스트 필름 쇼>는 디지털 상영이 익숙해진 현시대에, 과거의 35mm 필름을 되돌아보며 영화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듯한 작품이었다. 관람 전에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인도의 국제 장편 영화상 출품작으로 <RRR>이 선택되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대중성이 아닌 영화 자체만 본다면 나에게는 이 작품이 더 좋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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