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시코기
2018.08.29
과거를 불러오는 이들을 시대가 내치는 방식이란
영화 <플래니테리엄>은 다르덴 형제의 제작 참여, (전작을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칸의 관심을 받는 레베카 즐로토브스키의 연출과 각본, 120 BPM을 감독, 각본했던 로빈 캉필로의 각본 참여,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 떠오르는 신인 배우 릴리 로즈 뎁 주연이라는 사실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볼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다. imdb와 로튼 토마토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메타스코어 44, 토마토지수 13) 하지만 역시 보고싶은 영화는 평이 어떻든 봐야 한다! 영화 끝난 직후 '별로라 한 사람 나와, 싸우자!'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명확하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설마 단순한 치정극으로 흘러갈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지는 않다. 프랑스, 유럽 예술 영화 느낌이 상당히 강한 영회이기도 한데 또 그런 류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조금은 친절한 영화다. 그럼에도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내용이 많은 만큼 역시 어렵고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와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다. 특히나 영화는 '로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정말 그 인물의 모든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 감정 하나 하나를 살려 표현해낸다. 감독의 전작 <그랜드 센트럴>도 그런 점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영화 같은데 조만간 보게될 것 같다. 또한 영화의 연출, 미장센이 상당히 감각적이고 야심차다. 그 야심참이 꽤나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타당하게 쓰일 때는 거리끼지 않기 때문에 역시 좋았다. 아마 단지 예쁘고 아름답게 포장했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 같다.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도 영화의 감각적인 느낌을 잘 살린다. ROB, 기억해둬야겠다. 그리고 역시 나탈리 포트만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다. '로라'는 연기함에 있어 조금만 잘못 표현해도 영화를 단순한 치정극으로 만들 수 있는 어렵고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역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역에 맞는 적임자였다. 나탈리 포트만과 릴리 로즈 뎁의 케미 또한 좋고 인상적이다. 릴리 로즈 뎁의 연기는 처음 보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제목 '플래니테리엄'은 한국어로 천체투영관이다. 천문 현상을 볼 수도 있고 일반인들이 천문 영상을 투영해 볼 수도 있는 곳이다. 제목은 두 자매의 영매적 능력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는 검은 화면에서 인물이 대사를 치는 장면이나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한 곳만 둥글게 집중해 보이는 장면 등이 많기도 하다. 이런 연출적인 면이 흥미롭기도 했다. 그들을 믿지 않던 자들은 그것을 경험하고서야 그들을 믿게 된다. 그리고선 다시 그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실재'하는가에 대해 집착한다. 둘에서 셋이 되어 서로에게 아슬아슬하게 연대하고 의존하며 사회에 편입하려던 그들은 결국 다시 '이방인'이 되어 잊혀지고 버려진다. 영화 초반, 로라는 "지금은 전쟁 전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전쟁 전엔 전쟁 전인 줄 몰랐다"고 말한다. 앙드레는 케이트에게 새장에 갇힌 새 두 마리를 선물한다. 그리고 나중에 말한다. "둥지 속 새끼 새를 잡아다 새장에서 키우면 나중엔 문을 열어도 안 도망간다"고. 케이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교령회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이는 사회와 시대에 순응하고 익숙해진 로라다. 이런 비극이 또 어디있을까. 시대의 흐름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마지막 장면의 로라의 표정은 정말 압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