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실판 드라큘라의 피 튀기는 영웅담

전작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 배트맨 캐릭터를 재해석하며 놀라운 코미디 센스를 뽐냈던 크리스 맥케이 감독이 또 한 편의 패러디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모두가 아는 드라큘라 소설 속 캐릭터들을 현대로 옮겨와 범죄 장르와 결합한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을 따라가지 않고, 드라큘라가 아니라 시종인 렌필드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의 시점에서 극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영화는 시작부터 B급 코미디 정서로 일관한다. 렌필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전개도 굉장히 빠르고 재치있는 편집으로 극 자체가 가볍게 느껴진다. 액션 역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는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고어함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렌필드의 심리적인 고뇌를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렌필드가 자신의 상사로부터 벗어나 독립한다는 플롯 자체는 펜데믹 시대의 퇴사 이슈와 관련하여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공감되는 주제일 것이다. 극 안에서 렌필드의 시선을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비추어 보여준다. 또한 나르시시즘에 대응하는 방식과 같이 일종의 탈출로를 제시하고, 현대인들을 풍자하면서도 은은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역시나 개연성이다. 일단 분위기 자체가 워낙 병맛이라 현실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B급 정서를 끌고가는 작품에서의 가장 큰 오점은 인물들이 분위기 자체에 종속되어 어떠한 선택이나 행동을 할 때에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주요 인물들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그저 피 튀기는 하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만 소모되어 버리고, 와중에도 메인 빌런만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서사적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렌필드>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유쾌한 연출적 센스에 힘입어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부패한 도시 속 뱀파이어 영웅이라는 기본 설정부터가 이미 배트맨 캐릭터를 다루어 본 감독에게는 최적화된 소재였던 것 같다. 다만 상술한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대놓고 B급 정서를 가지고 가며 액션의 수위 또한 굉장히 높기에 이러한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꽤나 갈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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