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중간한 물괴의 하룻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 문장으로 시작된 <물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작변의 서 - 물괴의 습격>이라는 제목으로 2015년에 제작할 예정이었다. 배우 정우성을 주연으로 정통 판타지 사극을 목표로 움직였다. 그러다 1년 뒤에 <카운트다운>, <성난 변호사>의 허종호 감독으로 교체되었고, 제작사와의 협의를 거쳐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지금의 <물괴>가 되었다. 감독 교체의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창작 상의 견해 차이"라는 대표적인 상황이 아닐까 예상한다. 한 장르 속에 코미디를 얹어 엇나가는 유머를 선보이는 신정원 감독의 인장을 제작사에서 원치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허종호 감독에게 맡긴 듯하다. 모든 추측은 정확하지 않기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찌 됐든 현재의 결과물을 보고 나니 차라리 처음 기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신정원 감독이 연출한 "또 하나의 긍정적인 괴작"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혼란을 이용하는 권력자와 이에 흔들리는 군주 사이에 억압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회비판적 요소는 깊이 없이 도식적인 면이 강하고, 이 영화를 통해서 백성들의 고통을 전하기에는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룬 수준과 비슷하거나 낮아서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윤겸(김명민)과 성한(김인권)의 액션 동선은 뛰어난데 비해 이를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는 너무 흔들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다급한 현장감을 연출하고, 대역을 가리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화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수선할 뿐이다. 포스터와 예고편을 통해 물괴의 존재가 분명함을 알고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영화 속에서는 영의정(이경영)과 중종(박희순)의 연기 대결과 진용(박성웅)의 야망과 잔혹함에 집중한다고 중반이 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오묘하게 따로 움직이니 흐름이 일정치 않다. 일차원적 유머를 흩뿌리다가 진지한 사극으로 탈바꿈하고, 잔혹한 괴수물이 되었다가 일차원적 유머와 감동을 다시 흩뿌리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리고 결말에선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봐 분위기를 깨뜨리면서까지 굳이 시간을 할애하며 장면으로 설명하는데 개연성을 위해 무리하는 게 뻔히 보여 안타까움만 더한다. 영화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코미디와 액션 부분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다. 상영 시간 1시간 45분 상업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적재적소"에 장르와 연출에 대한 고민과 정성이 빠져있다는 게 문제다. 중종과 영의정, 윤겸과 성한 그리고 물괴, 명과 허 선전관 사이에 존재하는 드라마와 분위기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어중간한 흐름으로 일관한다. 한국 영화가 확실히 촬영, 조명, 미술이 좋다는 사실을 <물괴>에서도 드러난다. 다만 시나리오와 연출이 이야기가 가진 규모에 맞지 않게 소극적이라는 게 큰 실책이다. 세간의 혹평보다는 무난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인데 그렇다고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편한 자세로 심심할 때 본다면 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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