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eihnachten
2018.09.16
어둔 밤 0.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이하 '카멈안')'와 '어둔 밤'은 여러모로 닮은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영화이며, 영화의 제작 과정과 그 완성본이 한 곳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할 것이다(순서는 다르다). 다만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은 반대이다. '카멈안'이 현실처럼 보이는 영화였다면, '어둔 밤'은 영화가 되는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말해보자. '카멈안'이 기묘한 액자 구조를 통해 '당신이 보는 영화의 현실을 폭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 '어둔 밤'은 아마도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았을 한 편의 영화를 두 번 찍는 과정에 진짜를 삽입함으로써 '우리의 영화같은 삶'을 소개한다. 1. 내내 작위와 진심이 뒤섞여있지만 허구인 것을 선언한 상태로 진행되는 것 같던 영화는 뜬금없이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혼란스러워지는데, 그건 해당 인물이 정말로 '헐리우드에 영화를 배우러 떠난다'의 설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진이 비록 여행 중 우연히 만나 찍은 사진이었을지라도, 영화의 설정과 너무나도 강력하게 조응하는 한 장의 사진은 영화의 첫 번째 반전이다(하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두 번째 반전은 무엇이란 말인가? 영화는 의외로 꽤 많은 요소를 꼼꼼하게 반복한다. 예를 들면 단어에 쓸데없이 '~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안감독의 말투라든지, 어처구니없이 반영되는 제작 과정에서의 다양한 요구들이라든지, 잊지 않고 완성작에 집어넣는 수준급 리코더 연주(!)와 첼로곡 같은 것 말이다. 그들이 계속 한탄하던 것처럼 영화산업의 자본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만든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어색한 장면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영화가 시작될 때 등장하는 이 영화의 제작사 이름은 'foot-made' 프로덕션, 즉 '발로 만든' 곳이다. 이 영화의 '발퀄'은 사실상 대놓고 소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영화는 공들여 복제한 현실처럼 보인다.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 자체를 각본에 그대로 넣은 듯한(자금난을 겪거나 배우와 감독이 교체되고,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애를 먹는 제작진) 그들의 상황은 앞서 말한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지경에 이른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극영화임을 다시 자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 방향이지만, 영화의 '킥'은, 재치있게도 군대다. "군대꿈을 꿨다"는 말이 악몽으로 통용되듯이 이 영화에서 군대는 역설적으로 영화 속 인물들의 현실을 알려주는 곳으로 사용된다. 요한이 배우를 꿈꿀 때 '제식도 모르는 주제에 군대나 얼른 다녀오라'는 말을 듣고, 안감독이 할리우드의 꿈에 빠졌을 때 집에서 걸려온 전화는 아마 입영통지서를 받았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주인공이 예비군인 것은 한국적 요소로 쓰인 유머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만드는 영화가 '꿈'이라는 걸 정확히 보여주는 장치도 될 것이다. 엔딩크레딧에서의 영상을 보며 어느 순간 이게 진짜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쯤, 두 번째 감독이 군대를 가는 영상이 나온다. 아마 입대 자체는 현실이겠지만, 그 영상을 보며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결코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들은 여태까지 필요에 따른 현실을 적절히 섞어 가짜를 감쪽같이 속인다. 진짜(조빙의 학력)를 가짜로 만들고, 가짜(영화 제작의 과정)를 진짜로 만들어내는 그들의 조작 과정을 보며 놀라는 관객의 모습, 그것이 이 영화의 두 번째 반전이다. 요즘 이런 패기 넘치는 데뷔작을 두 편이나 봐서 기준이 좋다. 2, p.s. 마지막 반전 하나 더. 영화가 끝나고 미소 만개한 채로 영화관을 나서는데 누가 엽서를 나눠준다. 뭐지 하고 보는데 낯이 익다. 영화 속 배우 세 명이 깜짝방문을! 진짜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카멈안'도 그랬는데 이 영화도 끝나고 나니 응원하고 싶어졌다. p.s.2 대사가 주옥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어 나 개밥주러 가야돼". 접수 다 했고 시험만 보면 된다는, 엄청 공들인 것 같은 대사보다 진짜로 저러고 집에 가려던 것 같은 사실성이 돋보여서 진짜 미친듯이 웃었다. 사실 메소드연기의 대가는 당신이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