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일러 주의!

악과 선을 가르는 이분법의 무력함

서스펜스 조성에 주안점을 둔 원작에 비해 철학적 질문들이 좀 더 가미된 인상이다. 영화는 이장과 그의 수하들이 마을의 온갖 권력를 쥐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탐색과 은닉의 과정을 좇는다. 이때 흥미로운 건, 그 어떤 주체도 온전한 ‘선’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 ‘유목형’의 부고를 전해듣고 마을을 방문한 해국은 그 곳의 수상한 낌새를 느끼곤 곧바로 타살을 의심하며 그 배후를 파헤친다. 한편 악인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해국을 마을로 불러들인 영지는 오래 전 미궁의 집단 자살 사건의 용의자는 두 명이었지만, 이장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목형은 전적으로 신뢰한다. 적어도 두 사람에게 유목형은 당연하고 분명한 선인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는 부러 그 선입견을 뭉갠다. 과거 독살 사건의 현장에서 죽어가던 피해자가 범인으로 그를 지목하는 순간, 썩어가는 뿌리(악인)를 잘라내겠다는 명분으로 살해를 시도하는 유목형의 모순적인 모습같은 것을 보여준다. 이때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구도는 무력해지고 모호해진다.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 주민들이 연루된 비밀을 드러내는 해국과 이를 저지하고 은폐하려는 악인들의 접전을 지켜보는 것에서 오는 스릴감보다는, 이러한 미궁이 선사하는 불길한 기운같은 것으로 각인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