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연우
2023.05.25
실사화의 의미가 퇴색된 공산식 리메이크의 정점
개봉 전부터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할리 베일리 주연의 <인어 공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989년작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실사 리메이크판이며, 감독은 <애니> <시카고> <숲속으로> 같은 걸출한 뮤지컬 영화들을 연출했던 롭 마샬이 맡았다. 사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궁금할만한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일 듯하다. 할리 베일리가 인어 공주 역에 잘 맞는지, 그리고 원작에 얼마나 각색을 더했는지. 먼저 전제해야 할 점으로, 인어 공주를 유색 인종으로 바꿔버린 캐스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극 안에서 에리얼 외에 다른 인물들도 인종 혹은 성별이 임의적으로 바뀐 경우들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설정들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다양성의 테마와 조응된다. 원작과 다른 설정으로, 이 작품에서 에리얼은 에릭 왕자의 외모를 보고 반하지 않는다. 그가 가진 공정하고 평등한 시각에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된다. 에릭 왕자 역시 에리얼의 외모나 목소리 같은 외적인 면모가 아니라 그녀의 호기심 많은 성격과 지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는 디즈니적 주제의식을 또 한 번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에릭 왕자와 육지 부분의 분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원작에서의 에릭은아직 짝을 찾지 못한 잘생긴 왕자정도로 묘사되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에게 솔로 넘버도 부여하며, 나름의 서사를 더했다. 에릭 역시 바다로 나아가기를 동경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육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에리얼과 마주보게 설정되었다. 두 인물은 결국 부모의 구속에서 벗어나 주체적 사랑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또한, 바다와 육지의 인물들이 서로 적대하는 구도를 형성함으로서 사회적차별과 갈등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가 돋보인다. 그렇게 엔딩에서 비추어지는 인간과 인어가 공존하는 풍경이야 말로 이 작품을 통해 디즈니가 말하고자 했던 공존과 화합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영화를 관람하다보면 그 메시지가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지점들도 있다. 한편 이 작품 역시 리메이크 작품들이 늘 겪게 되는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과 러닝타임을 비교해본다면 83분에서 135분으로 50분 가량이 추가되었음에도, 플롯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실사화에서 팬들이 바라던 부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을 듯 하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또한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는 영화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애니메이션을 현실 세계와 유사하도록 시각화한 아름다운 영상미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기대치를 깨버리는 도발적인 시도를 던져놓고 결국 원작과 유사한 플롯 구조를 답습하며 무의미하게 소모해버렸다. 캐스팅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런 각색없이 엉뚱한 곳에서 변화를 주려했던 기획의 문제다. 바닷 속 세계를 다룬 CG 역시 <아바타: 물의 길>로 절정에 이른 심해의 모습을 이미 체험한 우리에게 별 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하게만 느껴졌고, 이 때문에 캐릭터들의 입체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인어 공주>는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화제작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품이다. 원작의 장면들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기획에 롭 마샬 감독의 연출적 터치가 더해져 일부 장면들은 정말 황홀하게 재연 되었지만, 전반적인 결과물을 본다면 팬들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디즈니+에서 공개된 <피노키오> <피터팬 앤 웬디>까지 실사화 프로젝트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품이 디즈니의 제작 방향성에 있어 하나의 변곡점이 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