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핸드폰을 공유하는 순간, 아찔함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오랜만에 한국 영화 참, 괜찮게 봤습니다. 그것도 블랙 코미디를 말이죠. 일단 배우 구성이 좋습니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김지수, 염정아, 송하윤, 윤경호가 출연하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앙상블, 거의 연기 어벤저스급이라 할만하네요. 중간에 걸려오는 목소리 연기한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이순재, 조정석, 라미란 밖에 못 알아챘지만요. "인간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은 가려져도 드러나게 되어있어." 34년 지기 친구 오랜만에 부부동반 집들이 겸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34년 전처럼 월식이 있는 날! 뭔가 신비롭고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블러드문까지. 집들이 날짜, 제대로 날 잡은 거 같습니다. 그동안 사는 얘기, 옛날 얘기하며 저녁식사를 하던 중 재미있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시간 동안만은 핸드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자는 일종의 진실게임. 과연 그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요? 타인에게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흠이 있고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게 마련이죠. 그 앞에서 깊게 파고들어 관계를 망치기 보다 적당히 알고,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일은 살짝 눈감아주는 융통성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다릅니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 사이도 공개할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드러내야 하는 불편함이 동반됩니다.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 영화는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매개로 제한된 구역에서 벌이는 농밀한 심리전이 압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붙잡고 있는, 내 모든 (공적, 사적, 비밀) 정보를 알고 있는 블랙박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듯이 들키지 않고 싶고, 나만 보고 싶은 사적인 영역이 존재하는 모두를 공감시킬 소재입니다.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듯한, 115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느끼지 못할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여러분들에게 공적, 사적, 비밀은 무엇인가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했습니다. 완벽한 각본, 완벽한 연기, 완벽한 연출이 빛납니다. 이 영화를 위해 모였다는 7인이 배우는 언제고 같이 일했던 것처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매끄러운 출연진의 관계는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의 향연으로 이어졌는데요. 맞아맞아, 어떻게.. 하면서 조마조마한 심리적 스릴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영화입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결말은 <인셉션> 이후로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열린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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