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가난_마동석_131857
2023.06.05
스포일러 주의!
덜 익은 토마토 구이
초록색 토마토 구이 에블린은 남편과 숙모를 돌보느라 고생하지만 아무런 보람도 얻지 못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요양원에서 80대 노파 니니를 만나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건하고 보수적인 기독교 여성 루스는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살았지만 친구 잇지에게 구원을 받고 함께 살게 된다. 그러면서 루스는 잇지의 천방지축에다가 터프한 성격을 닮아간다. 에블린은 이 이야기를 듣고 구원받는다. 복수의 여신 토완다를 외치며 그동안 자신을 고통스럽게 옭아맸던 아내로서의 의무감이나 조심성 같은 걸 집어던지고, 억눌러왔던 충동을 마구 발산하기 시작한다. 토완다는 에블린의 신이고, 잇지와 루스 이야기는 복음이며, 니니는 선지자가 되었다. 새로운 신과 복음을 가르쳐준 니니를 에블린은 누구보다도 사랑하게 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구원이란 한 사람의 정신(영혼)에 생기(생명)를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잇지는 경건한 목사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오빠 버디가 죽은 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디는 잇지의 베스트프렌드이자 자상한 오빠였고 루스에게는 최고의 연인이었다. 그런 버디가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건을 잇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버디를 빼앗아간 나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잇지는 대놓고 목사인 아버지와 기독교를 조롱하고, 스스로가 구원자가 되어 기독교를 대신하고 싶어 한다. 초록색 토마토는 덜 익은 토마토다. 그건 바로 영화의 주인공인 잇지와 루스, 니니와 에블린을 가리킨다. 모두 잇지에게 물들었을 것이다. 잇지는 덜 익은 토마토여서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해도, 그것대로 매력적이다. 관습을 지나치게 무시하기는 해도, 그래서인지 소외받는 사람들에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 에블린에게도 말이다. 변화된 에블린의 모습이 딱히 성숙하지는 않다. 너무 당당한 바람에 이젠 니니에게 찾아갈 때 니니가 생야채를 싫어해도 아랑곳 않고, 니니를 집에 데려오려고 하면서 남편의 의견을 무시한다. 아마 잇지를 닮아가는 거다. 하지만 잇지가 영화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해졌듯이, 에블린도 그럴거다. 내가 보기에 에블린은 마치 7살 아이 같다. 그 시기 아이들은 보통 자신감이 넘치고 사고를 많이 친다. 하지만 덕분에 실수도 해보고, 성장도 한다. 에블린은 어린 시절엔 그런 실수를 해보지 못했기에 늦게서야 그런 경험을 하게 된게 아닐까 싶다.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영화는 아마 스스로의 문제를 어쩌지 못하고 울기만 하던 에블린이, 너무 해방되는 바람에 사고뭉치가 되어버렸다가, 차츰 성숙해지는 과정을 기승전결로 구성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쉽게도 결말을 보지 못했다. 아마 잇지와 루스처럼 에블린도 나중엔 성숙하면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