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캔들 이후로 굉장한 다작을 하고 있는 홍상수의 작품인 '풀잎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홍상수 영화에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은 오늘 내일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홍상수 영화들 중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 연출이 된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홍상수는 이번에도 예술가의 고뇌, 사랑에 대한 고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대화들로 영화를 풀어 나아간다. '그 후'에서 맡은 캐릭터의 동명인을 맡은 김민희의 관음이 중심이 되지만, 전반적으로, '풀잎들'은 다양한 서브플롯들이 한 카페를 중심적으로 전개되는 구조다. 홍상수 영화답게 홍상수 아바타 캐릭터도 있으며 (정진영도 있지만 뒷모습이 유난히 홍상수와 닮은 기주봉도?), 제 아무리 커피향이 그윽한 카페라고 해도 소주병을 피할 순 없고, 갑자기 울분을 토하는 인물들의 신경질적 드라마도 있다. 너무 자주 나와서인지, 뭔가 맨날 비슷해서인지, 홍상수 영화가 기대되진 않는다. 하지만 극중 나오는 파헬벨의 캐논처럼, 그의 영화는 언제나 비슷한 멜로디가 점점 다르게 들려지는 묘한 매력이 있고, 자아와 소주에 취한 철학적 담론은 소소한 안주거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