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역사와 창작의 불균형

2017년에 개봉한 영화 <군함도>는 <짝패> <베를린> <베테랑> 등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다찌마와 리> 이후 두 번째 시대극입니다. 당시 들어간 제작비만 260억으로 거의 블록버스터 급의 자본이 투입되었습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고, 인기스타들 캐스팅, 초대형 세트까지 직접 만들었으니 그 정도 돈이 들어갔겠죠. 하지만 여러 논란과 지적으로 인해 650만 명이라는 관객으로 그치면서 손익분기점도 못 넘긴 채 막을 내렸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시마 섬은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 소속되어 있는 섬으로, 생긴 모습이 군함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 또는 군함섬으로 불렸습니다. 이곳에서 석탄이 발견되면서 섬에 주택과 학교 등을 건설하고 일본의 근대화를 떠받치며 광업도시로 번성하였으나 1960년대부터 석유가 석탄을 대체하면서 점차 쇠락해 갔고, 1970년대에 폐광하면서 무인도가 됐습니다. 이후 일부가 복원되고,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산업혁명의 유산이라는 점이 인정되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문제될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다는 사실이 숨어있었습니다. 태평양 전쟁 이전까지는 주로 일본인들이 광부로 일했었고, 이때도 작업환경은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징집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조선인들을 비롯한 식민지 사람들과 전쟁 포로들을 끌어왔습니다. 그들이 군함도에서 받은 대우는 인간보다 못한 수준이었고, 임금도 안 주고, 주먹밥만 먹이는 등 노예처럼 부려먹었다고 합니다. 이후 나가사키에 미국이 쏜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광부들은 나가사키 복구 작업에 투입되었다가 광복 이후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사실이 하시마 섬에서 벌어졌음에도 일본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실 인정과 사과도 없었고,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 후로도 강제 노역과 수탈,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숨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아픈 역사로 남아있는 하시마 섬을 소재로 하여 만든 영화가 바로 <군함도>입니다. 여러 논란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영화의 장단점을 떠나서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기억해야할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피해가 어마어마했다는 것, 그들로부터 독립하고자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주신 독립운동가분들이 계셨다는 것, 우리의 한이 맺힌 아픔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벌어졌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픽션입니다. 실제 사건, 실존인물을 다루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창작이라는 것이 개입하면 영화가 무척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다루려고 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약간의 창작과 과장을 섞는다면 몰입감을 높일 수 있죠. <군함도>도 그런 경우입니다. 하시마 섬에서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걸 중심으로 스토리를 짜는 것도 좋았겠지만 감독의 창작 욕구는 버릴 수 없어서인지 영화적 과장을 많이 넣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광복군 ‘무영’과 힘 좀 쓴다는 ‘칠성’ 캐릭터의 등장과 후반부 조선인들의 대규모 탈주 장면입니다. 실제 조선인들은 꿈도 꿔보지 못한 탈출이었기에 당시 일했던 사람들의 한풀이 내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넣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창작 욕구 때문에 들어간 과장들이 지나치게 문제가 됐습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더라도 지하 갱도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금방 딸릴 수밖에 없습니다. 먹을 기운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의 주역들은 보란 듯이 잘만 버텨냅니다. 육체적 고통, 성적 수치심도 마다하지 않죠. ‘강옥’ ‘칠성’ ‘말년’ ‘무영’ 등의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군함도에서 각자 흩어져 지내다가 다시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꽤 길어서 지루하고 하나로 뭉쳤는데도 시너지가 안 느껴집니다. 탈출을 위한 힘이 그런 사연들 안에서 생긴 건지 의심이 좀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하시마 섬에서 조선인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친일파가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도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학대하고 억압하는 태도 등의 장면이 잘 드러나지만 등장 캐릭터들을 마주하며 괴롭히는 인물들은 변절한 조선인들입니다. 친일파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 영토까지 와서 같은 동포들끼리 싸우고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들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지 의심됩니다. 이처럼 <군함도>는 굉장히 민감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과 어느 정도 과장이 필요한 영화적 창작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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