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터팬증후군
2023.06.21
자살 미수남과 시한부 인생녀를 대척점에 둔 설정은 한국적, 벚꽃 휘날리는 계절과 아기자기한 풍경들은 일본적, 풋풋한 학창시절부터 2,30대에 이르는 청춘의 이미지는 대만적이다.
90년대에는 <접속>, <편지>, <약속> 등의 한국 멜로를, 2000년대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의 일본 멜로를, 2010년대에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등 대만 멜로를 주로 봤다. ⠀ 그 이후로는 우리나라에서 '멜로=통속적인 사랑 이야기'란 인식과 함께 제작이나 수입이 확 줄었고,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일본 멜로 영화를 보게 됐다. ⠀ 각 나라의 멜로를 상징하는 특징적인 표현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루성" 멜로 , 일본은 "감성" 멜로, 대만은 "청춘" 멜로! 그래서 한국 멜로는 몰아치는 여름 폭풍처럼 격렬하게 슬프고, 일본 멜로는 가을 바다처럼 잔잔한 여운이 남고, 대만 멜로는 봄비처럼 풋풋하고 순수하다. ⠀ <남은 인생 10년>은 이 3개국의 특징이 혼재해 친숙하면서도 새롭다. 죽지 못해 사는 자살 미수 남자와 살고 싶어도 죽어야 하는 시한부 여자를 대척점에 둔 설정은 한국적이고, 벚꽃 휘날리는 계절과 아기자기한 풍경들은 일본적이고, 풋풋한 학창시절부터 20대의 방황을 거쳐 30대에 이르는 청춘의 이미지는 대만적이다. 묘하게 3개국의 향기를 모두 맡을 수 있어서 누군가에겐 낯설고, 누군가에겐 낯익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에서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던 <신문기자>의 후지이 미치이토 감독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색깔이 너무 달라 신선하기도 했다. ⠀ 어린 나이에도 다양한 수상 경력이 증명하듯 시한부 인생을 능숙하게 연기한 고마츠 나나와 3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이라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사카구치 켄타로의 열연이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