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되돌아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

<툴리>는 미국에서는 5월경 개봉한 영화고 평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믿고 보는 제작사 중 하나인 Focus Features 제작 영화에 주인공이 임산부라는 점, 그리고 그 역을 맡은 배우가 무려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점 때문에 무척 기다리던 영화다. 오랜 기다림과 높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무척 좋았다. 일단 남녀노소 모두 보길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참고로 소는 드립을 조금 주의하고 가야할 것 같다. 보면서 좀 쎄다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R등급이었다.(한국의 청불 등급 정도) 한국에서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데 아마도 아이들과 보려면 시청각지도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립이 꽤 쎄기 때문에... 그래도 보고 마음에 남는 게 많은 영화니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고싶다. 감독과 각본가의 화려한 전작 경력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역시 예사롭지 않은 드립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수많은 드립들을 샤를리즈 테론 배우가 시크한 표정과 말투로 다 살려주시고! 번역도 황석희 번역가님이 하셔서 찰떡이었다. 일단 이런 점 때문에 정말 재밌게 봤다. 사실 코미디 요소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꽤 웃고 나왔다. 이런 뼈있는 사람 쿡쿡대게 만드는 조크,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이 영화는 새롭지 않은 영화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단 주인공이 임산부인데 임산부 캐릭터는 사실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 그 캐릭터가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체적인 캐릭터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일단 주인공이 임산부라는 점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설정이기 때문에 새로웠다. 영화의 세부적인 면에서도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가 다 안다고 여기는(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겠지만) 임산부, 주부의 삶이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에게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한다. 아마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된 관객도 많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기 전 모성 판타지 자극하며 전개되다가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여보! 하면서 끝나면 탈탈 털어대야지 하고 약간은 벼르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아니었고 영화가 놀라우리만큼 주인공인 마를로의 일상, 감정, 상황을 잘 담아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조크의 가벼움은 (뼈있는 조크지만) 사실 거들 뿐이다. 물론 여성감독이라고 여성을 잘 담아낸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성감독이라고 여성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감독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결국 내 편견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조금 찾아보니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각본가는 협업한 작품이 많았다. 2011년 영화 <영 어덜트>에서 샤를리즈 테론과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추기도 했는데 거기에 2007년작 <주노>까지 이미 여성 주연의 영화를 만든 경험이 많았다. 게다가 <주노>는 2008년도에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은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꼭 챙겨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감독과 각본가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아마 다음 작이 또 나오게 된다면 믿고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여성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영화는 임산부이면서 주부이기까지 한 마를로의 일상을 리얼리즘적으로 담아낸다. 그런 부분에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같았다. 사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방식인데 영상 편집을 통해 반복적인 과정들을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녀의 일상을 보는 것에서부터 남는 것이 많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너무나 이상적이고 숭고한,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규정하는 평범과는 약간 다른 주인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나 또한 얻은 것이 많은 영화고. 영화는 그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냄으로써 그들에 대한 이해와 위로를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다. 특히나 그녀의 상황을 겪어본 이들이 본다면 아마도 공감되고 위로될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임신, 출산, 양육 등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들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영화이지 않을까 싶기 때문에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꼭 보세요 여러분, 싫어할 사람 많지 않을 좋은 영화입니다. 참고로 영화에 반전이 하나 있는데 큰 반전이긴 하나 아마 중반부터 눈치챌 사람은 눈치챘을 것이다. 마를로와 툴리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반전보다 그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것에서 오는 무언가가 더 큰 영화다. 이것 또한 반전은 거들 뿐. 마를로의 일상을 바라보며, 툴리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얻길 바란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마를로와 툴리 두 사람이 너무 좋았고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