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농밀한 영화

집사람이 이 영화를 보러 가자 했을 때 영화 자체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감독이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를 연출했었다는 사실 때문에 확 끌렸었다. 킬링 디어는 그가 바로 직전에 만든 미스테리/스릴러 작품으로 사실 내용 자체로만 보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거기에 무책임하기까지 한) 스토리를 가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 그리스 출신 천재 감독은 농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와 씬 하나하나를 찍어낼 때의 독특한 시점으로, 애매할 수 있는 영화를 아주아주 흥미로운 작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영화는 킬링 디어와는 결이 많이 다른데, 전작이 아주 매력적이고 독특한 영화였다면, 이 작품은 아주 고급스럽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웰 메이드 영화라 하겠다.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카메라 앵글이 잡아내는 씬들은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너무도 이채롭고 아름답다. 전문지식은 없지만 광각 카메라를 사용해서 보여주는 다소 왜곡된 이미지나, 피사체가 바뀌는 부분에서도 촬영을 끊지 않고 주욱 이어서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내러티브를 밀도있게 짜나가면서 호흡을 잘 조절해 나감으로써 그 안에서 텐션을 놓치지 않는 연출이 아주 훌륭하다. (사람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까?) 모든 장면이 고퀄로 만들어져, 하나 버릴 장면이 없는 느낌?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배우들 연기의 70% 이상이 감독의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데, 이 영화에서 세 여주인공의 연기는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로 훌륭하다. 엠마스톤이 생각보다 훨씬 예쁘고 뛰어난 배우구나, 레이첼 와이즈도 정말 매력적이고(무려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아직도 이렇게 아름답다...) 훌륭한 배우구나 영화를 보내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올리비아 콜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베니스,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모두를 당연히 석권할만한 연기였다. 기복이 큰 다양한 감정들의 연기가 그대로 그 안에 녹아있다. 보면서 연기 잘 하네 라는 느낌보다 그냥 그 감정이 있는 그대로 전달된달까... (근데 이 아줌마는 나보다 어리네? ㅜㅜ) 최근에 본 극한직업, 알리타:배틀엔젤, 사바하 모두 재밌게 봤는데, 그럼에도 결국 내 진짜 영화 취향이 무엇이냐고 하면 이렇게 정성스럽고 솜씨좋게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안 감독이 나의 the favorite인 것도 결국 그런 이유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