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삼
2023.07.20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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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처럼 심장까지 안을 파고든다고 한다. 그에게 사로잡힌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그것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이야기한다. 우 영감은 이런 치아즈(탕웨이)의 이야기를 못들은채 하려 한다. 마치 금기시 된 이야기를 들어버린 것처럼 고개까지 돌려가며 시선을 피한다. 그런 우 영감을 똑바로 쳐다보며 치아즈는 그가 자신의 심장까지 파고들었을 때, 국가와 국민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그가 당신들에게 총을 맞을까봐 두렵기까지 할 정도라는 이야기를 한다. 우 영감은 못들은채 다그치며 자리를 피한다. 그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치아즈에게 말도 안되는 짓을 시킨다. 분명 그렇게까지 해야할 정도로 만든 것은 침략자들과 그들에게 동조한 일당들이다. 하지만 그들을 잡기위해 같은 부류가 되어버렸으면서 그 가장 최전선에서 그들과 뒹구는 치아즈가 느끼는 감정을 외면해 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비겁한 위선을 보여준다. 치아즈는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느낀다. 영화 초반부 좋아하는 위민에게 직접 다가가지 못하고 곁에서 맴돌기만 했었다. 그를 좋아했기에 위험한 배신자 처단이라는 작전에도 참여하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를 미워하지도 않았다. 위민도 치아즈에게 어느 정도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두 사람은 어떠한 장벽에 막혀있다. 어린 남녀의 수줍음 혹은 도덕적 관념 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에 익숙치 않다. 이부장(양조위)은 그런 관념이 없다. 타인의 시선앞에서는 둘도 없는 신사지만, 갖고 싶은 사람과 단 둘이 되었을때 그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다. 오로지 갖고 싶은 것을 갖는다는 생각 뿐이다. 그런 그의 몸부림이 치아즈에게 날 것 그대로 와닿는다. 그의 모든 것이 심장에 와 닿는다. 모든 도덕적인 것과 금기시 되는 것에서 벗어났을때 둘은 세상에 오로지 둘만 있다고 느껴진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하지 않는다. 보고싶었다. 안고 싶었다. 그 뿐이다. 사랑이라는 관념은 무의미하다. 두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 그것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있는 곳과 나아가는 방향이 모두 달랐다. 이부장은 살벌한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벌해졌다. 치아즈는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를 애타게 갈구한다. 이런 진실을 밝힐수 있는 키는 치아즈가 쥐고 있었다. 계획대로 보석상에서 반군들의 손에 죽는다면 그녀의 망가진 인생에 조금은 보상이 될까? 결정의 순간에 치아즈는 그를 계속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다. 방금전까지 그녀를 지켜주겠노라 달콤하게 속삭이던 그는 일순 사색이 되어 처절한 몸부림으로 달아난다. 그렇다면 그는 진심이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면 '네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속이지 않는다면,' 이 들어가야 완성되는 조건부 진심인걸까? 그렇게 그를 떠나보내고 그녀도 보석상을 나온다. 정보부 대장이 암살당할뻔 했으니 그녀가 달아날 길도 모두 봉쇄된다. 못지나가겠다는 인력거꾼의 말을 듣고도 치아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체념한 표정이다. 우 영감은 어린 학생들이 붙잡혀 들어가는동안 혼자 도망간다.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치아즈 앞에서 마치 높은 윤리의식과 정의감에 가득찬 사람처럼 등돌리던 사람이 그 어린 청년들을 버려둔채 달아난다. 이부장은 그녀의 처형을 명령하지만 차마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볼순 없겠는지 심문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자신이 의심 받을까봐 그의 마음을 담았던 반지마저 부정한다. 그리고 그녀가 머물던 방에 불도 켜지 못하고 걸터앉아있다. 시종일관 아내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완벽해보이던 그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황망함에 빠져있다. 많은 매체들에서 육체와 마음은 별개인 것처럼 표현한다. 심하면 육체는 마음보다 저급한 것으로 취급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서로간에 두터운 장벽을 세우고 넘어올까봐 노심초사한다. 광위민이 딱 한번 치아즈에게 키스를 한 장면이 있다. '왜 3년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어?' 치아즈는 그렇게 말한다. 아마 이 영화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로맨스'나 '사랑' 혹은 '정의', '도덕'과 같은 관념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은채 진행하는 것 같다. '육체관계와 마음을 주고 받는 것에 순서가 중요한 것인가' '값비싼 보석으로 마음을 사는 것인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가' '국가의 안위보다 개인의 욕망이 우선되면 안되는 것인가'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속으로 생각은 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