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owlppami
2023.07.25
어쩌면 가장 완벽한 재현
1979년 10월 26일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했지만 대한민국 영화사에 정치 풍자극으로써는 항상 첫 번째로 꼽히는 다시없을 매콤함을 자랑하는 내용입니다. 사이사이 어처구니없는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들이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의 본분을 위해 끼워 넣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실제 사건을 가감 없이 재현한 것에서 정말 튜닝의 끝은 순정,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허구라는 것에 자각하게 됩니다. 그런 현실은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게 웃지 못할 일이지만요. 한때는 법적 다툼으로 몇 장면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삭제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법적 다툼을 찾아보면 그것도 참 치졸하기 짝이 없었지요. 10.26을 소재로 한 매체는 여럿 있고, 가장 최근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까지 있지만 사건의 디테일과 그 재현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2005년 작품이지만 사건의 구성과 연출이 세련되어 정말 오래된 영화가 맞나 싶기도 합니다. 등장 배우들도 엄청나게 많고 화려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사건 당일과 관련 인물을 주축으로 담아내다 보니 사건의 전후 관계와 인물의 상관관계 등을 알지 못하면 난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건 자체가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찾아봐도 난해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적어도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 나면 상호보완이 되기 때문에 같이 보면 좋습니다. 등장인물들을 가리지 않고 비꼬고 있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어디에도 절대 선은 없고 과오가 분명한 인물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딱히 미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애매모호한 한편 담백한 마무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어째 조만간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다시 화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를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표현의 자유, 자유, 자유 어쩌고 하지만 갈수록 몸을 사리는 게 보이는 창작판이 그저 아쉬울 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