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3.08.21
스포일러 주의!
9.3/
9.3/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온 시리즈의 마무리로 삼기엔 아무리 전반전이라 해도 무게감이 좀 덜하고 다소 싱겁단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간에 아주 옹골차게 재미있고 우수한 첩보 액션 스릴러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듯함. / 애초에 2개의 파트로 나눠서 만들고 개봉하기에 뭔가 대미를 장식할 것 같은 포스를 짙게 풍겼는데, 그에 비해선 전반적으로 비장함, 묵직함 등이 좀 덜 느껴지는 편이긴 했음. 빌런의 무게감이나 이야기의 구조, 주인공들의 활약상 등이 이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막 특출나거나 크게 달라보이지도 않았음. 허나 예상하고 기대했던 그림과 좀 다르다 뿐이지 영화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는 시리즈의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이기에 전반적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봤음. / 주인공들이 어김없이 고용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채로 세상의 명운을 좌우할 아이템을 노리는 빌런을 저지하려 분투함. 이런 흐름을 눈에 띄는 변주 없이 꽤나 예상되는 방향으로 답습하고 있기에 각본이 치밀하다거나 신선하다고는 못하겠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여러 세력들이 최소 4파전 이상으로 난립함에도 교통정리가 잘 돼있었으며, 다음 편을 위해 관객들에게 숙지시켜야 하는 것들, 인물들 및 세력들의 이해관계나 엔티티란 것의 위험성, 빌런의 능력치 및 목적,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상황들까지 충분히 전달해 놓기도 해서 기본적인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볼 수 있음. 이렇게 제 몫을 적당히 해주는 무난한 각본 위에서 긴장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와 박진감 넘치는 통쾌한 액션 등을 수시로 오가며 매 장면마다 상당한 수준의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연출 전반은 단연 빛났음. 또한 총격, 격투, 카체이싱, 스카이 다이빙, 곡예 수준의 기차 위 액션, 재난영화급의 기차 탈출 액션 등등, 참으로 알차게 들어차 있는 높은 완성도의 액션 시퀀스들 역시 무난한 각본을 다채롭게 꾸며주는 훌륭한 즐길거리였음. / 생각보다 영화의 핵심 아이템인 엔티티란 것에 대해 큰 흥미가 동하진 않는 편임.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주제에 의지를 갖고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설정이라 몇몇 섬뜩한 장면들을 종종 만들어내긴 하고, ai라는 요즘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고, 군데군데 어려운 말 섞어가며 전례없이 엄청난 것처럼 치켜세워 주지만, 결국은 이런 류의 첩보영화에서 매번 등장하는 '세상을 위기로 몰고갈 취급주의 아이템'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았고, 이전의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그리 특별취급될 만큼의 흥미가 생기질 않았음. 푸른색 원형의 무언가로 묘사된 엔티티의 비주얼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직 육체가 생기기 전 프로그램 상태의 울트론의 모습이 비슷해 보이긴 했음. / 오프닝부터 메인 캐릭터 하나 없이 긴장감 넘치는 잠수함 액션 스릴러가 펼쳐짐. 그리고 동시에 이번 작품의 핵심 목표물이 되는 엔티티란 것의 심상치 않아 보이는 성격과 위력을 맛보기로 보여주며 서스펜스도 챙김. 레이더의 신호와 소리를 통해 적 잠수함 및 어뢰를 감지하고 추적하는 장면들이 예전에 인상적으로 봤던 핵잠수함 액션 스릴러 <울프 콜>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했음. / 역시나 오프닝의 연장선상에서 엔티티라는 것에 대해 미국의 수뇌부들로 보이는 노땅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 뒤로 굉장히 수상해 보이는 흰 머리의 낯선 남성이 버티고 서있고, 이 남성은 계속해서 노땅들이 대화할 때 어깨너머로 화면에 걸려있음. 아무 말 없이 눈알만 굴리고 있음에도 상당히 신경쓰였고, 존재만으로 서스펜스를 유발해냈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연출이었음. 또한 이 부분 만큼은 왠지 화면의 톤이 묘하게 80~90년대 느낌의 질감을 보이고 있어서 시리즈의 초기작 속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음. 1편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등장하는 유진 키트리지와 에단 헌트와의 만남을 위해 일부러 화면을 좀 레트로 느낌 나게 꾸민 건 아닌가 싶었음. / 오프닝 이후 첫 첩보씬부터 긴장감이 미쳐날뜀. 헤일리 앳웰이 맡은 뉴페이스 및 폼 클래멘티예프의 빌런 캐릭터가 첫등장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엔티티를 둘러싼 여러 세력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를 파악하고 가볍게 첫 대결을 펼치기도 하는 시퀀스임. 군중 틈에 섞여 적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는 주인공과 cctv 등을 해킹해 적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해커 캐릭터 간의 합, 감쪽같은 스킬을 가진 소매치기와 주인공 간의 현란한 속임수 싸움, 시리즈에서 빠지면 섭한 긴장감 넘치는 타임어택 폭탄 해체씬 등, 첩보 액션 영화에서 빠지면 섭한 클리셰들을 적당히 비틀어서 강렬한 맛보기로서 종합해 놓은 매우 준수한 시퀀스였음. / 아부다비 공항 첩보 시퀀스가 마무리되자 이젠 로마로 무대를 옮겨서 전작에 이어 어김없이 유럽을 배경으로 한 카체이싱 액션이 펼쳐짐. 근데 살짝 변주가 가미돼서 첩보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채 살아왔던 그레이스란 인물이 에단 헌트와 티격태격하며 어설픈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그 덕에 박진감을 챙기면서도 유머 또한 가미된 시원산뜻하고 독특한 매력의 카체이싱 액션이 완성됐음. / 엔티티를 등에 업고 신출귀몰하는 빌런 가브리엘의 세력, 세계 각국의 의뢰를 받아 열쇠를 모으고 있는 브로커 화이트 위도우 패거리, 빌런의 음모와 엔티티로 인한 세계적인 위험을 막기 위해 열쇠는 물론 그 열쇠의 목적까지 알아내서 빌런을 저지해야 하는 에단 헌트 팀, 에단 헌트를 쫓는 키트리지 국장 하의 cia 추격팀, 그리고 화이트 위도우에게 고용돼서 열쇠의 행방을 손에 쥔 채 여러 세력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간보는 그레이스 등등. 여러 세력들이 한데 엉켜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데, 복잡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명쾌해서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음. 화이트 위도우에 의해 클럽에 한데 모인 주인공들과 빌런 세력들이 펼치는 신경전 속에서 오가는 정보 덕에 각 세력들의 상황과 관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장르적으로도 꽤나 긴장감 넘치는 대치상황이 지속돼서 비교적 소강상태였음에도 흥미진진했음. / 후반부에 보여준 대망의 절벽 점프씬은 cg 없이 배우 본인이 직접 수차례 뛰었단 걸 알고 있어서인지 솔직히 진짜 점프만 뛰는 게 고작이었음에도 그 모습을 보면서 자동으로 전율이 일었음. 사실 점프씬으로 흘러가도록 만들기 위해 뜬금없이 가면 제작 기계를 부숴버리고, 점프 뛰고 난 후의 등장도 얼렁뚱땅 운빨에 의존했다는 점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점프씬의 미친 임팩트가 훨씬 강하게 남아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음. / 점프씬 이후 에단 헌트와 가브리엘이 펼친 기차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액션씬은 1편의 클라이맥스 씬을 연상케 하며 박진감과 스릴을 만들었음. 그러다 빌런이 달리는 기차에서 깔끔하게 탈출하고, 주인공들은 폭주하는 기차를 멈춰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함. 생각보단 막 어렵지 않게 기차를 멈추는 데 성공하고, 거기서 그대로 슬슬 마무리되겠거니 했으나, 주인공들이 한 칸 씩 추락하는 기차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액션을 보여주며 끝날 때까지도 좋은 퀄리티의 즐길거리를 선사해줌. / 파트2로 이어질 것임을 알고 있긴 하지만 당장 이번 편에서의 빌런 가브리엘은 생각보단 좀 싱거운 편이었음. 초반에는 유령을 연상케 할 정도의 으스스한 카리스마와 미스터리를 풍기며 등장해선 시종일관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에단 헌트 팀을 위협했고, 역대급 빌런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좀 됐음. 허나 중간중간 꾸준히 등장은 하지만 어째 이렇다할 큰 일을 저지르기보단 슬금슬금 간만 보는 모양새였고, 무려 일사 파우스트를 죽이기까지 함에도 그 과정이 생각보다 그리 압도적이지 않아서 앞서 보여줬던 카리스마가 좀 허세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음. 그러다 후반부 기차에서의 정면 대결에선 주인공의 소매치기 기술에 농락당해서 마침내 감정을 드러내며 분노의 포효를 보여주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일단은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론 과연 저 빌런이 후속편까지 멋드러지게 끌고갈 수 있을까 우려가 살짝 되기도 했음. / 뉴페이스인 헤일리 앳웰의 그레이스는 수준급의 소매치기 스킬과 임기응변 덕에 에단 헌트 팀에 꽤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었고, 에단 헌트와의 케미도 안정적이었음. 폼 클레멘티예프가 맡은 가브리엘의 오른팔 파리는 대사도 별로 없이 무서운 썩소를 지으며 주인공들을 쫓는 빌런의 해결사격 인물이었는데, 차를 몰며 주인공들을 쫓을 때 보여준 웃음은 오글거리는 대신 섬뜩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했는데, 이후 가브리엘에게 팽당한 후 주인공을 도와주고서 죽어갈 땐 또 되게 처량해 보였음. 아직 제대로 된 사망을 보여주지 않았고, 후속편의 출연진 목록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cia 요원이 정신차리라는 식의 대사를 날린 점을 미뤄봤을 때 왠지 주인공 편에 서서 재등장할 것 같기도 함. 일사 파우스트는 초반부터 멋진 총질과 함께 등장하길래 죽을 때 죽더라도 활약을 좀 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퇴장할 줄 알았는데, 중간에 갑작스럽고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좀 아쉬웠음. / 중간에 로마 카체이싱 시퀀스에서 주인공들이 노란색 피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는 광장 같은 곳이 뭔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얼마 전 봤던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속 쇠구슬로 초토화됐던 장소와 같은 곳이었던 것 같음. 공교롭고 흥미롭게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두 첩보 액션 프렌차이즈가 하필 2개의 파트로 구성된 작품의 첫 번째 파트 속 대규모 카체이싱 액션의 배경으로 같은 로케이션을 선택한 것이었음. / 화이트 위도우 역의 바네사 커비는 뭔가 래퍼 로꼬랑 좀 닮은 느낌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