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일러 주의!

8.7/잘만 맞아떨어지면 일개 개인의 신분으로도 얼마든지 전국민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게 된 한없이 가벼우며, 냉혹하고도 순진한 시대에 대해.

8.7/잘만 맞아떨어지면 일개 개인의 신분으로도 얼마든지 전국민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게 된 한없이 가벼우며, 냉혹하고도 순진한 시대에 대해. 유머를 기반으로 하고서도 충분히 서늘하게 지적하고 풍자해내는 영리하고 센스있는 블랙 코미디. / 유튜브판이 돌아가는 생리를 열심히 연구하고 읽어내서 세태를 잘 반영해놨고, 상당히 그럴 듯하게, 충분히 현실에서 벌어질 법하도록 사건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갔음. 개인의 일탈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다루는 이야기의 경우, 이런저런 사례를 토대로 사회 각계각층은 물론 대중들의 반응까지 그럴 듯해 보이도록 예측해야 함. 그리고 그 예측을 미리 정해둔 이야기의 결론에 부합하도록 끼워맞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확률로 비약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한 비약을 품은 전개가 관객들이 보기에 충분히 그럴 듯해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들이 아무리 흥미롭고 재치있게 다뤄졌더라도 순식간에 외면을 받을 수 있음. 허나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런 식의 비약이랄 만한 부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음. 정확히는 비약일지라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눈속임을 해가며 꽤나 착실하고 치밀하고, 영리하게 주인공이 유튜버로서 벌이는 관종 짓들을 전국민이 주목하는 사회적 이슈로 키워나감. 유튜브라는 창구를 통해 피켓남과 주인공의 이슈를 서서히 알려나가고, 인스타그램 등 sns의 속성을 활용해 주인공이 파헤친 피켓남의 사연을 본격적으로 퍼트림. 이 과정에서 숟가락을 얹는 유튜버, 연예인, 방송사 등을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고 풍성하게 등장시켜서 일개 개인의 자작극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아도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눈속임을 제대로 해내기도 함. 덕분에 왠만큼 자잘한 비약들은 사회적 명사들의 까메오 효과로 충분히 커버가 됨. 그리고 모든 게 주인공네 기획사의 자작극이었다는 영화의 흐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비약으로 지목되더라도, 영화는 그 끝을 열린 결말로, 정확히는 영화가 비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게 뻔한 제한적인 열린 결말을 맺어놨기에 이들의 행각이 분명 언젠가는 들통났을 것이고, 이는 이런 주작의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란 식으로 얼버무리며 슬쩍 넘어갈 수도 있음. / 조정석, 박현빈, 김응수, 장윤주, 쏘대장, 말왕, 이해인, 짤툰, 영국남자, 신동엽 및 <실화탐사대> 출연진, 버거형, 명현만, 어썸나은, 와썹맨, 박찬욱 감독, 문소리 배우 등등. 여기에 광고영상, 유튜브 영상, mbc라는 메이저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까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많이도 나옴. 영화는 이 까메오란 시스템을 매우 알차고 영리하게 사용했음. 물론 단순 까메오라 보기엔 그 수나 분량, 이야기에서의 비중 등이 상당해서 정말 모두 다 까메오인지, 아니면 까메오처럼 보일 뿐인 정식 배역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들을 통해 영화는 단순 까메오 이상의 큰 성과를 거뒀음. 유튜버부터 방송인, 배우, 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넓은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충분한 인지도를 가진 현실에도 그대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극중 핵심이 되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현실성, 그럴 듯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영화가 구태여 주인공들에게 이런저런 서사와 설정을 부여해 이리저리 굴리거나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사건의 흐름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게 극중 현실 속에 자리잡게 됨. 까메오들을 십분 활용해서 기어이 서사를 진행시켜낸 독특하고도 신선하며 흥미로운 케이스였음. / 물론 마냥 까메오 물량공세만으로 사건을 키워나간 건 아님. 까메오를 쓰더라도 그 타이밍이나 방식 등을 해당 까메오의 특성과 연결지어서 상당한 고민을 거친 뒤에 배치했음이 여실히 느껴졌음. 유명인사들의 등장 말고도 여성 단체에 의한 고발이나 가짜이긴 했어도 변호사를 비롯한 재심, 법정 등의 언급, tv시사 프로그램의 역할, 유튜브 및 sns 속 대중들의 실시간 반응, 주작 방지법 등의 부차적인 사회적 이슈 확산과 이에 대한 뉴스 보도, 그리고 주작이 드러난 뒤에 펼쳐진 유튜버들의 손절 행렬까지,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가 확산돼왔던 과거 사례들의 흐름을 분명히 읽어내고서 이야기에 반영했음이 느껴지는 치밀한 구성을 보여줬음. 여기에 더불어 유튜브 댓글 및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 대중들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내용 및 까메오 유튜버들의 영상 내용까지도 너무 막 나가진 않으면서도 상당히 현실적으로 꾸며놨기에 이런 게 그 유명한 핍진성이란 것의 충족인가 싶었고, 하여튼 준비를 철저하게 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음. / 오프닝에서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통해 배우 오태경에 대한 스토리가 알차게 요약돼서 나오는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분간이 잘 가질 않았음. 주인공 배우가 본인의 실명을 걸고 나오는 픽션 영화이기에 분명 진짜와 가짜가 교묘하게 섞여있을 텐데, 솔직히 막 크게 관심을 가져온 배우는 아니다보니 정확하게 구분해낼 순 없었음. 또한 영화의 이야기가 통째로 주인공 오태경이 설립한 소규모 기획사의 자작극이었다는 흐름을 보이는데, 가짜로 시작해서 가짜로 끝난 셈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진정성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진짜배기 장면이 있었음. 바로 마지막 라이브 방송에서 피켓남을 실드치기 위해 자신의 사례까지 언급하며 배우에게 꼬리표가 붙어버리는 것에 대해 호소하는 장면. 실제로 촉망받는 아역 배우였지만, <육남매>의 첫째, <올드보이>의 오대수 아역 이후로 주목을 받지 못하며 서서히 잊혀졌고, 아역 배우 출신 및 특정 배역의 꼬리표가 붙으며 그 틀에 갖힌 채로 활동해 왔다는 오태경 본체의 설움이 잠시나마 진하게 전해졌고, 굳이 따지자면 자작극의 일부이긴 했으나, 그 부분 만큼은 현실 오태경의 진정성이 듬뿍 느껴져서 짠하기도 했음. / 영화 전체가 컴퓨터 및 모바일 화면 등을 통해 전개되는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아주 철저하게 따르고 있음. 기억하기론 단 한 순간도 화면의 형식을 빌리지 않은 순간이 없었는데, 한번도 답답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로 제한적인 형식을 상당히 매끄럽고 능숙하게 다뤄냈음. 얼마 전 개봉한 스크린라이프 형식의 로맨스 코미디 <롱디>에서 보여줬던 cctv나 블랙박스 화면이라는 조금은 편법스러운 시도조차 없었음. 현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이나 tv프로그램 등의 형식을 요긴하게 활용해서 얼마든지 억지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화면이란 제한된 틀 안에 집어넣었음. / 주인공 오태경이 리틀 오대수 tv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극중 렉카 유튜버 빅마우스였다는 반전은 상당히 뜻밖이었음. 자작극의 과정 속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리틀 오대수 tv에다 슬쩍슬쩍 제동을 걸고 의혹을 생산해내는 역할을 담당하며 자작극의 완급조절을 담당했음은 물론, 영화의 메시지적인 측면에선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인물까지도 스스로 연기해내는 소름끼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점점 괴물들의 소굴처럼 변해가는 유튜브 생태계 및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득세한 사회를 서늘하게 풍자하는 듯했음. / 중간에 피켓남 여동생의 인터뷰가 너무 연기 티가 나고,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한 변호사가 대본은 읽는 듯한 티를 팍팍 내며 어색하게 말하길래 의아했는데, 주인공네 패거리의 자작극이었음을 암시한 의도적인 연출이었음. 그리고 오프닝에서 불독이란 사용자가 그 흔한 아이디 저장 기능도 쓰지 않고 구글 아이디를 굳이 일일이 쳐가며 로그인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 또한 나름의 복선이었던 것 같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구글 아이디처럼 사용 빈도가 높은 계정은 아예 자동 로그인을 해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굳이 아이디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불독이란 이용자가 여러 계정을 오가는 인물임을 살짝 드러낸 것 같음. 로그인 후에 유독 오태경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구독자가 바닥 수준인 오태경의 유튜브 채널을 한참 둘러보는 것도 암시라면 암시였던 것 같음. 아님 말고. / 진짜 ppl인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농심 신라면 볶음면, 키움증권 등이 극중 유튜브 광고로 등장하는데, 만약 진짜 광고가 맞다면 스크린 라이프 형식 및 유튜브란 플랫폼을 십분 활용해서 아예 대놓고 광고를 광고처럼 보여주는 재미난 연출이라 볼 수 있겠음. / 이번 bifan에서 보려고 했는데, 얼마 안 있으면 극장 개봉을 하길래 잠시 미뤄뒀음. 운 좋게도 롯데시네마의 무비싸다구 쿠폰을 통해 공짜로 볼 수 있었음. 개꿀. 그나저나 이번 bifan에서 오태경 배우 열일하신 듯함. <2035>, <독친>, <좋.댓.구>, 그리고 단편 <라스트 스탠드>까지 아는 것만 총 4개의 작품에 출연했고, 그 중 <2035>와 <좋.댓.구>는 주연, <라스트 스탠드>는 주인공 2인 다음으로 비중이 큰 조연, 보진 않았지만 <독친>에서도 비중 있어 보이는 조연으로 나오는 듯함. 이런 활발한 활동과 이번 <좋.댓.구>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을 발판 삼아 스크린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음. / cgv소풍에서 bifan 다음 영화 기다리고 있을 때 오태경 배우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지나가는 걸 봤음. 뭔가 직접 보니 덩치도 좋으시고, 확실히 배우 포스란 게 물씬 느껴져서 아는 척을 하진 못하고 속으로만 신기해하고 반가워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