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3.08.21
5.5/집안 곳곳에 만개한 흉측한 손들의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코믹 호러 장르를 땡겨다가 준비가 덜 된 채로 조합한 느낌.
5.5/집안 곳곳에 만개한 흉측한 손들의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코믹 호러 장르를 땡겨다가 준비가 덜 된 채로 조합한 느낌. 의도한 바대로 손들의 임팩트를 남기는 데는 얼추 성공했으나, 이야기는 망가졌고 코믹 호러 장르의 완성도는 아무리 잘 쳐줘도 반타작 간신히. / 난무하는 괴상한 손들 사이에서 두 사람이 춤추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는 포스터며 cg티가 좀 나면서도 생각보다 그럴 듯해 보이는 기괴한 손들이 날뛰고 있는 스틸컷 등을 보니 딱 봐도 부천 감성이어서 눈길이 갔는데, 보니까 정말 bifan 출품작이었음. 24회면 분명 스쳐지나가기라도 했을 텐데 기억에 전혀 없는 게 좀 의아하지만, 어쨌든 bifan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예열한단 느낌으로 혹평 세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과 부천의 안목을 믿고 예매했음. 마침 가격도 특가로 9000원 밖에 안 하고 러닝타임도 산뜻하게 볼 수 있는 1시간 미만의 중편 수준이라 고민을 덜 수 있었음. / 오프닝부터 다짜고짜 왠 귀신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래키고, 만드는 쪽에서도 그게 너무 느닷없고 구렸다는 걸 의식이라도 한 듯, 꿈에서 깬 주인공이 해당 점프스케어를 두고 촌스러운 꿈이라며 자학 개그격의 대사를 날림. 그러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변기 속에서 솟아오른 정체불명의 손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그 손을 보고도 놀라기보단 당황 정도만 하며 시큰둥한 얼굴과 침착한 말투로 아내를 부름. 이후 아내가 기절을 해도, 119에 신고할 때도, 변기 속의 손이 늘어나서 사람을 죽일 때도,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뭔가에 감염된 듯 움직일 때조차 특유의 그 시큰둥함과 침착함은 절대 잃지를 않음. 그밖에 다른 인물들도 주인공에 비해 조금씩 더 상식적이다 뿐이지 변기에서 솟아오른 손을 한참 뒤에 발견하질 않나, 사람을 습격한 괴상한 손을 눈 앞에 두고도 도망갈 생각은 커녕 그리 중요하지도 않아보이는 대화나 나누고 있고, 다들 상당히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수시로 핸드폰 걱정이나 명품 옷 걱정, '왜 반말?' 같은 시시콜콜한 짓들을 일삼으며 태평한 모습을 보여줌. 하여튼 영화는 이런 식으로 상황과 영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의 병맛스러운 리액션을 주력무기로 삼아 b급 코믹 호러물로서의 흐름을 지향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기엔 아무래도 양날의 검이었던 것 같음. 그것도 자기 쪽으로 더 날카롭고 가깝게 뻗어있는 득보단 실이 더 큰 양날의 검. 상황과 배치되는 인물들의 반응은 분명 어이없음의 실소를 기반으로 크고 작은 웃음들을 제공해주긴 하는데, 문제는 웃음보단 답답함이 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임. 작정하고 병맛으로 뛰어들기보단 현실의 영역과 병맛의 영역 사이에 애매하게 발을 걸친 채로 비슷한 패턴의 병맛 개그를 반복하고 있으니 현실 및 상식의 영역과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고, 금방 식상해지기도 해서 온전히 웃지도, 혹은 실감나게 상황에 몰입하지도 못하게 됐고, 장르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나 붕 떠버리고 말았음. 후반부에 접어들고서야 집 전체에 피어난 손들을 앞에 두고 춤도 추면서 대놓고 병맛의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그 때는 아예 현실과 상식을 미련없이 놓아줄 수라도 있기에 차라리 코믹 호러물로서의 그럴 듯한 장면들이 연출되는데, 그 전까지는 어느 한 쪽으로 시원스럽게 뻗어나가질 못해서 내내 좀 어정쩡했음. / 기괴한 비주얼의 손을 만들어내기 위해 cg작업에 몰빵하느라 아마도 다른 부분에서의 희생이 불가피했을 것 같음. 그리고 이 때문에 이야기는 많이 엉성했고, 코믹호러 장르 역시 급조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사실상 시도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cg를 위한 습작과도 같아보였는데, 나름 소기의 성과를 확실히 거두긴 했으나, 그로 인한 단점들이 무시 못할 수준으로 건재해서 아쉬움도 적지 않은 작품임. / 크리처 호러물로서의 퀄리티는 의외로 꽤 볼 만했음. 물론 오프닝과 중간에 등장한 귀신을 제외하면 영화의 크리처라곤 기괴한 생김새의 손이 전부이지만,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활약하기에는 충분한 임팩트를 남기는 비주얼 및 존재감이었음. 밝은 곳에서나 가까이에서 보여줄 때는 확실히 cg티가 났지만 그래도 손들의 기본적인 비주얼은 꽤나 그럴 듯했고, 특히 후반부 화장실에서 탈출했을 때 집안 곳곳에서 튀어나와있는 손들의 광경은 웬만한 메이저급 공포영화에 집어넣어도 될 법한 장관이었음. 엔딩 크래딧과 함께 cg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보여주던데, 그만큼 cg에 공을 들였음이 느껴졌고, 그 결과물 역시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독립영화에서는 꽤나 보기 드문 성과를 보여줬음. / 사운드 볼륨 조절이 제대로 안 돼있어서 너무 요란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