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3.08.23
스포일러 주의!
8.4/신실한 믿음을 아둔한 맹신으로 전락시키는 극단주의의 필연적인 맹점.
8.4/신실한 믿음을 아둔한 맹신으로 전락시키는 극단주의의 필연적인 맹점. / 부추긴 이맘이 나쁠까, 한 술 더 뜬 아메드가 나쁠까. 아니면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신이야말로 정말 나쁜 것일까. 그래도 ㅈ된 것 같으니 알라고 뭐고 엄마부터 찾는 걸 보면 사람은 사람이구나. / 삶은 계란 껍질 까기. 어느 한 곳에 충격을 주어 균열을 만든다. 균열을 중심으로 작은 조각들을 하나 둘씩 벗겨내기 시작. 어느정도 벗겨냈을 때, 요령껏 힘 조절을 잘 하면 남아있는 껍질이 모양을 유지한 채로 한 번에 쑥 벗겨지고 계란의 뽀얗고 매끄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하지만 요령이 없거나 운이 나쁘면 끝까지 작은 조각들만 실컷 벗겨내게 되고, 높은 확률로 속살이 훼손되기도 한다. 요령도, 운도 부족하다면 알맹이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 내내 음악도 없이 사실적인 톤을 유지하는 가운데 거리를 둔 채로 조용히 관찰하는 감독의 시선. 아메드의 뒷통수를 따라가며 끊임없이 누굴 탓해야 하나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관객의 (갈 곳 잃은) 시선. / 끝에 가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게 너라서 참 다행이다, 될성부른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꿈나무 아메드야. 아무래도 감정에 패배한 것 같음. 씁쓸함 보단 분노가 좀 더 앞서는 걸 보니. / 개때려주고 싶었다는 점에서 아메드 역의 이디르 벤 아디라는 어린 배우는 정말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음. 적어도 내 눈에는 기도하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고, 혼란스러운 표정 대신 진정으로 체감하고 있는 혼란 그 자체가 느껴졌음. 아메드의 모든 행적들이 도저히 연기로 보이질 않고, 실제로 벌어졌던 사실을 모사하는 듯 현실의 연장으로 보였을 정도임. / 기껏 준비된 증오 담긴 무기는 누군가의 살 속을 파고드는 대신, 다른 쇠붙이에 부딪히며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는 구조의 신호로 탈바꿈함. 아메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보다 그 무기가 더 이상 무기로 쓰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 당장은 더 희망적으로 느껴짐. / 영화 검색하려고 제목 칠 때마다 자꾸 소년 대신 노년이라 쳐짐. '노년 아메드' 어떻게 될 지 내심 궁금하긴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