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일러 주의!

6.7/'종잡을 수 없음'이란 컨셉이자 장르이자 정체성. 허나 보고있기에 썩 유쾌하지도, 달갑지도 않고 오히려 이따금씩은 좀 불쾌하기까지 한.

6.7/'종잡을 수 없음'이란 컨셉이자 장르이자 정체성. 허나 보고있기에 썩 유쾌하지도, 달갑지도 않고 오히려 이따금씩은 좀 불쾌하기까지 한. / 찾아내고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각별해질 필요와 이유는 없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굳이 섞이진 않아가며 그저 서로를 인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중간에 LP바에서 리드미컬한 클럽음악을 신청하고 거기에 맞춰 몹시도 자유분방하게 춤추고 있는 프레디의 모습을 보며 문득 저 사람은 이 곳과는 끝내 섞이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직감했음. / 아주 어렸을 적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됐던 프레디는 25살이 돼서 떠난 여행 중에 정말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에 오게 됨. 거기서 싱숭생숭하고 그리 내키지도 않아보이지만 뭔가에 이끌리듯 하몬드라는 입양 기관을 찾아가고 친부모를 찾게 됨. 어렵지 않게 친부와 연락이 닿고, 친부가 새로 꾸린 가족들과 사흘 간을 함께 지내는데, 같이 있어봐도 오히려 더욱 낯설고 불편하게만 느껴졌고, 때문에 그 곳을 도망치듯 떠나옴. 그렇게 당장이라도 한국을 뜰 것처럼 보였던 프레디는 2년이 지난 후, 외려 한국에 눌러앉아 번화가 한 쪽에 딸린 옥탑방에서 생활하고 있음. 한국에서 옆 집 할머니가 준 깍두기를 먹고 소주도 들이키며 생활하지만, 밤이 되면 결코 보편적인 한국의 모습이라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과 언뜻 비슷해 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함. 그러다 이번엔 5년이 지나고, 과거 한국에서 즉석만남을 통해 알게 된 앙드레에게 스카웃되어 무기 파는 일을 하고 있는 프레디는 출장차 다시 한국에 들어옴. 이제 한국말과 문화에도 어느정도 적응한 프레디는 친부와 일상적인 문자를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잘 지내는 듯 보이고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도 나눔. 허나 갑자기 자신을 허겁지겁 돌려보내는 아버지를 보고 심경의 변화가 생긴 듯, 이태원으로 향함. 그리고 다음날 문득 하몬드에 연락해 마침내 친모를 만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림. 이후 다시 1년이 지나고, 이번엔 배낭여행객이 된 프레디는 어딘지 모를 곳의 게스트하우스인지 호텔인지 하는 곳에서 방을 잡고, 쉬를 하고, 친모에게 메일 보내는 걸 실패한 뒤 한 켠에 딸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함. 물론 중간중간 LP바에서 광란의 댄스를 추거나, 번화가 뒷골목의 지하 클럽에서 약이랑 술 빨고 레슬링을 즐기거나, 한국에 같이 와준 남친을 내쳐버리고 길바닥에서 깨어나는 등의 기행도 틈틈이 보여줌. 아무튼 예상 밖의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해오던 주인공의 인생 중 무려 8년 이상을 띄엄띄엄이긴 해도 계속해서 지켜본 셈인데, 끝나는 순간까지도 프레디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든 종잡을 수 없는 사람 그 자체였음. / 주인공 프레디의 첫인상은 당연하게도 별로 좋지 않았음. 기본적인 표정부터 뭔가 반쯤 훼까닥한 듯 보였고, 결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말도 제다로 안 통하는 한국의 술집에서 다짜고짜 다른 테이블 사람들 불러다가 합석시키고, 잠자리했을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고있는 원나잇 상대를 깨워서 한 판 더 땡겨버리고, 택시도 아닌 고속버스 안에서 차를 돌리라며 소리를 질러대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들을 연이어 보여줬음. 그런 모습들이 되게 독특해 보이고 궁금하기도 한데,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 옆에 있고 싶진 않고 주인공이랑 아는 사이이고 싶지도 않은 느낌이었음. 단순히 친근하지 않거나 불친절한 걸 넘어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것만 같은 위험한 느낌 같은 게 들어서 초장부터 주인공에게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됐음. 이후로도 주인공의 이런 기행 및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은 내내 계속됐고, 이런 주인공과 결을 같이 하듯 갑작스럽게 몇 년씩 점프를 뛰며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여주는 전개 역시 계속됐음. 이런 주인공과 그런 이야기를 쭉 지켜보고 있자니 영화한테 무기력하게 휘둘리는 느낌이 들어서 좀 불쾌하기도 했음. 주인공과 이야기가 펼쳐내는 예측불가한 지점들마다 뭔가 보는 사람들을 자극하려는 듯한 모종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느낌이랄까. 이런 표현과 이런 전개가 반드시 필요해서 넣었다기보단 이렇게 해놓으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란 예측과 목적이 담겨있는 그런 느낌. / 첫인상부터 해서 끝날 때까지도 거리감이 잔뜩 느껴지는 주인공의 행보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비호감 및 불쾌함까지도 유발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를 연기한 배우 박지민의 존재감과 가치를 높여주기도 했음. 워낙에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 리얼한 톤의 연기를 보여준 덕에 실제 배우에게도 적잖이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종잡을 수 없음 그 자체로 묘사된 인물을 굉장히 리얼하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영화가 품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단연코 돋보였음. 가끔 유럽 쪽 영화들을 볼 때 이렇다 할 필모도 보이지 않는데 미친 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저런 배우들을 감독들은 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란 생각을 하곤 하는데, 박지민 배우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배우였음. 한국적으로 생겼다는 극중 대사가 절로 공감되는 외모임에도 언어 능력이나 말투, 행동 등에선 매우 자연스럽게 이국적이고 낯선 느낌 같은 게 강하게 묻어나서 오묘한 매력을 풍겼고, 좋든 싫든 절로 압도되고 끌려다니게 되는 카리스마 또한 뿜어냈음. / '아무리 낯설고 불편해도 참고 쭉 뭉개며 살았더니 끝내는 녹아들게 되더라~' 라는 식의 뻔한 흐름을 보이지 않은 점은 좋았음. 중간중간 마치 밀당을 하듯이 한국에 어느정도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을 비추는데, 거기서 마지못해 져준다는 느낌으로 감정을 자극하며 굽히고 들어갈 법함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음. 나란히 서있는 주인공과 친부 가족들 사이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구도부터 한국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만큼 이국적으로 담아놓은 번화가의 뒷골목과 지하 클럽, 주인공이 서울역에 앉아서 바라보는 지극히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들을 톤을 바꿨는지 어쨌는지 되게 심상치 않아 보이도록 표현한 장면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수시로 한국을 낯설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한사코 고수함. / 김선영 배우의 헤어와 의상과 표정 및 디테일이 예술이었음. 1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하지만, 막상 만나면 살갑게 잘 대해 주는데, 또 일상 속에선 우리 집과 별 상관없는 평행선상에서 알아서들 잘 살아가고 있는, 남보다는 가깝지만 가족이라기엔 다소 멀게 느껴지는 어정쩡한 관계가 아주 단박에 와닿는 모습이었음. 우리 고모는 아니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고모임에는 틀림없다 싶은 그런 비주얼과 표현력을 보여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