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2018.01.13
아빠는 아이를 보육원에 맡겼다. 아니 보육원에 버렸다. 아이는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아빠는 오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아이는 '포기'라는 단어도 '절망'이라는 뜻도 몸소 체험한다. 이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여행자>는 참 아리한 영화다. 불을 보듯 뻔한 스토리와, 공간도 보육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90분을 이야기 하는데 사람들의 심금을 울렁이게 한다. 펑펑 울어제끼면서 눈물을 보이는 흔한 멜로 영화나 착한 영화가 아닌, 나도 모르게 가슴 깊숙한 곳에서 먹먹히 올라오는, 그러나 눈물은 쉽게 나지 않는 그런 아리함이다. 9살 주인공을 연기하는 김새론은 그 아리함의 중심이다. 아빠를 바라보는 행복한 웃음과, 자신이 절망이란 뜻을 스스로 느끼는 몸짓과, 낮선환경에 적응해 가는 눈동자까지, 처음 연기를 하는 아이라는 말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오랫만에 만나는 우리의 아성이는 보육원의 소아마비 왕언니 이자, 사랑의 상처를 입고 식모로 팔려가는 모습은 어느덧 성숙미를 풀풀 품기면서, 이제 '아역'이라는 타이틀을 졸업하고 '여성'의 성을 가진 '스타'가 아닌 어엿한 연기자로 자라고 있음을 대견스럽게 확인 시켜 준다. 아역이 주인공인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아이가 너무 조숙하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는 단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여행자>속 진희는 관객들에게 아빠의 따뜻한 등의 체온을 느끼고 싶지만, 세상 어느 것도 아빠의 등을 대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절망'과 '포기'라는 모습을 90분 동안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도 살아갈 날들에 대한 모습은 실제 입양아로서의 감독의 기억을 더듬듯이 차근 차근 나아간다. 아이는 곧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특별하지 않는 보육원의 아이로 살아간다. 영화는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과하게 소리높여 착한 영화로도, 어른스러움을 치장한 해피엔딩도 거부한다. 김새론의 얼굴을 통해서 그렇게 보육원의 아이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희가 도착한 미지의 그곳에서 '아빠'를 만나고 '가족'을 만나고 또 다른 여행이 되겠지만, 진희의 가슴속에는 보육원 철문을 닫고 나가는 아빠의 뒷 모습이 영원히 기억될 것 처럼 <여행자>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도 진희의 그 마지막 눈동자가 관객들의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 먹먹한 가슴에 순간 눈물이 왈칵~! 하고 쏟아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