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잠에 관한 공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올해 개봉한 영화 <잠>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정유미’ ‘이선균’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사실상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도 두 배우의 몫이죠. ​ 73회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부문에 초청된 영화이며,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메인 경쟁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 ‘유재선’ 감독은 대학 재학 중 영화 연출부에 들어가면서 영화 일을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독의 <옥자>에서 연출부로 일한 바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영화!”라면서 극찬을 했다고 하네요. ​ 근래에 제가 본 한국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와 <옥수역 귀신>에 실망감만 안았던 터라 공포 장르는 좀 피하게 됐는데 <잠>은 거장 감독이 호평을 했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서 저도 보게 됐습니다. ​ <잠>은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장소도 제한적이고, 귀신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마 같은 범죄자가 가족들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다른 느낌의 공포감이 생기는 이 영화에서 오히려 주인공 부부를 위협하는 건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현수’입니다. ​ 신혼부부 ‘현수’는 무명배우로 아등바등 살고 있고, ‘수진’은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부부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현수’가 수면 중 이상행동을 일으키면서 평범했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당사자인 ‘현수’는 깨고 나면 기억하지 못합니다. ​ 극중 ‘현수’의 질병은 몽유병 또는 렘수면 행동장애라 일컬어집니다. 부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소용이 없고, ‘수진’의 엄마가 부른 무당으로부터 ‘현수’에게 귀신이 들러붙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 공포영화에서 우리를 무섭게 하는 요소는 (그게 귀신이든 살인마든 뭐든 간에)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어딘가에 숨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각종 연출과 위협하는 연기 등이 더해져 공포 요소를 극대화 시킵니다. ​ 하지만 <잠>은 그 존재를 일상생활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가족으로 묘사합니다. 몽유병 또는 귀접 증세를 보이는 가족이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이면 본인도 그렇고 옆에 있는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고통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 영화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3장까지 흘러가는 동안 분위기를 내내 유지시키고, 고조된 긴장감을 계속 높입니다. 신선하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면 중 이상증세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구성을 완성시킨 점은 더욱 신선함을 주기도 했고, 신인감독의 패기처럼 보였습니다. ​ 영화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이라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미치겠는 당사자와 원일을 찾으려할수록 점점 미쳐가고 광기에 물들어가는 배우자의 시선까지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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