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드로바
2023.09.16
잠에 관한 공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올해 개봉한 영화 <잠>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정유미’ ‘이선균’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사실상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도 두 배우의 몫이죠. 73회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부문에 초청된 영화이며,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메인 경쟁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유재선’ 감독은 대학 재학 중 영화 연출부에 들어가면서 영화 일을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독의 <옥자>에서 연출부로 일한 바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영화!”라면서 극찬을 했다고 하네요. 근래에 제가 본 한국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와 <옥수역 귀신>에 실망감만 안았던 터라 공포 장르는 좀 피하게 됐는데 <잠>은 거장 감독이 호평을 했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서 저도 보게 됐습니다. <잠>은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장소도 제한적이고, 귀신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마 같은 범죄자가 가족들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다른 느낌의 공포감이 생기는 이 영화에서 오히려 주인공 부부를 위협하는 건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현수’입니다. 신혼부부 ‘현수’는 무명배우로 아등바등 살고 있고, ‘수진’은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부부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현수’가 수면 중 이상행동을 일으키면서 평범했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당사자인 ‘현수’는 깨고 나면 기억하지 못합니다. 극중 ‘현수’의 질병은 몽유병 또는 렘수면 행동장애라 일컬어집니다. 부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소용이 없고, ‘수진’의 엄마가 부른 무당으로부터 ‘현수’에게 귀신이 들러붙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공포영화에서 우리를 무섭게 하는 요소는 (그게 귀신이든 살인마든 뭐든 간에)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어딘가에 숨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각종 연출과 위협하는 연기 등이 더해져 공포 요소를 극대화 시킵니다. 하지만 <잠>은 그 존재를 일상생활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가족으로 묘사합니다. 몽유병 또는 귀접 증세를 보이는 가족이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이면 본인도 그렇고 옆에 있는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고통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3장까지 흘러가는 동안 분위기를 내내 유지시키고, 고조된 긴장감을 계속 높입니다. 신선하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면 중 이상증세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구성을 완성시킨 점은 더욱 신선함을 주기도 했고, 신인감독의 패기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이라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미치겠는 당사자와 원일을 찾으려할수록 점점 미쳐가고 광기에 물들어가는 배우자의 시선까지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