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YK
2019.01.18
이번엔 다릅니다, 정말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상업물이 아닌 ‘작품성을 가진 상업영화’로 꽤 좋은 가치를 지니는 코미디물이 적당히 지켜줘야할 것들이 있다. 1. 웃겨야하지만, 약자성을 비웃는 치졸한 유머는 안 된다. -한국의 몹쓸 코미디 코드는 여태 약자성을 건드리며 생명력을 유지해왔던 경우가 많다. 특히 영화를 보다보면 불쾌한 지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이 약자성을 건드려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다. 2. 공통적 코드를 건들이되, 너무 질질 끌면 안 된다. -배우들은 웃기려고 스크린 안에서 발악을 하지만 관객들이 한 번도 웃지 않는 건 무척이나 민망한 일이다. 3. 플롯의 정교함보다는, 기존의 플롯을 비틀어서 ‘어떻게’ 보여주냐가 더 중요하다. -코미디 장르의 장점이다. 뻔한 플롯이라도 그것을 표현할 때 현명하게 비틀어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또 새롭게 느껴진다. 극한직업은 위의 세가지를 무난하게 지켜주며, 익숙함과 동시에 참신함, 새로움으로 무장해 무려 두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을 무리 없이 끌어간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들에 실망한 관객들도 많을 것이나, 이번엔 그가 저격한 코드들이 드디어 ‘알맞게’ 관객들에게 와 닿은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쉴틈없이 유머를 생산하는 그 에너지와, 뻔할 틈 없이 계속해서 캐릭터와 연출을 비틀어 유쾌한 패러디를 보여준 감독의 저력에 꽤 놀랐다. 무엇보다도 치킨 장사라는 대한민국의 웃프지만 별 볼일 없는 작은 소재를 가지고 이만큼의 코미디 장르물을 뽑아냈다는 건, 이병헌 감독의 뛰어난 감각과 센스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오로지 돈을 위해 생산되는 흔한 상업영화들과는 다르다. 감독의 야심과 힘이 돋보이며, 영화적 다양성이 충족되어있는 영화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고, 영화적 클리셰에 현실적 면모를 반영해 잘 비틀어 ‘새로움’을 연출했다. 각종 유명한 장면들과 코드들을 패러디 해 다양한 시퀀스를 선사해주기도 한다. 코미디 장르로서의 작품성을 갖추고서, 철저히 대중적인 맛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캐릭터와 연출, 플롯, 다양성, 코드, 캐스팅 그 무엇 하나 엉성한 것 없이 잘 꾸려져 있다. 특히 진선규 배우는 엄청난 힘을 보여주며 스크린에서 춤을 춘다.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그런 유머를 할 줄 아는 감독. 이병헌 감독은 비틀기와 패러디에 뛰어난 것 같다. 포스터를 보고 많은 관객들이 그저 그런 한국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정말로. +)영화가 뻔하고 클리셰가 많다는 점이 모든 장르의 영화에 있어서 단점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비틀어서 표현하는지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사랑 영화가 수없이 나와있지만, 앞으로도 사랑 영화는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다). 가끔 관객들은 상업 코미디 물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영화가 자신의 ‘컨셉’을 정해두고, 그것을 향해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해내 뛰어나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상업영화는 어렵지 않고 친숙해야한다는 일종의 법칙을 따라야 그 목적을 이뤄낸다. 모든 영화가 예술 영화처럼 진지한 고민과 사유를 담아내야하는 건 아니다. 모든 영화가 번쩍이듯 새로워야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것을 비틀고 패러디할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지기도 한다. 모든 영화는 다른 영화의 모방물이고, 동시에 새로운 창조물이다. 어쨌든 영화도 ‘예술’이다. 문제 의식이나 철학적 메시지가 존재하기 이전에, 어떠한 컨셉과 그를 따르는 연출적 미학이 존재한다. 장르마다 나름의 미학적 요소들을 충족하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예술 영화에 재미가 빠졌을때 그것을 비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이것도 일종의 눈치싸움이다). 그런데, 상업물에 진지함이 빠지면 왜 이렇게도 인색하게 따지려 드는 걸까?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다는 말에서, ‘대중성’이란 것과 ‘작품성’의 의미를 영화마다 다르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시상식 드레스에 무채색의 면 소재가 어울리지 않듯(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심플하고 톤 다운된 일상복에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 다이아몬드가 없냐고 물으면, 영화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