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upreme

Supreme

2023.10.13

구현하진 못해도, 재현하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네 번째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고왔습니다. 어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거나 그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눈에 띄지만, 충실하게 재현해 낸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터>를 보면 상당히 많은 유사 장르의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스필버그의 <A.I.>, 어떤 측면에서는 <지옥의 묵시록>을 위시한 베트남 전쟁의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역시 가장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성과 감정에 대한 질문, 시각적 효과 등등에서 (적어도 저는) <블레이드 러너>의 향기가 짙게 느껴집니다. 영화는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장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계질감으로 약간은 너저분한 사이버펑크와 디젤펑크의 중간을 구현해 낸 시각적 효과는 '압도적'이라든가 혹은 '화려하다'라는 표현은 아쉬울지 몰라도, 꽤 충실하게 구현해 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캐릭터의 조형이나 서사적 측면에서 많이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 가지 좀 애매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면, 약간의 오리엔탈리즘이 좀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미국 자본 영화를 영국 감독이 찍은 건 맞긴 한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70년대, 옛날 인디아나존스 영화 같은 느낌으로 동양을 그리고 있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어요. 이게 저는 괜찮긴 한데, 약간 불편할 수 있겠다 싶긴 합니다. 시각적인 효과나 서사적인 부분이나 주제의식까지,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SF들을 닮아 있고, 또 앞서 언급한 '베트남 전쟁 서사'나 혹은 최근 아프간 전쟁 서사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한다기 보단 그때그때 소모되는 느낌이 있어요. 결국 이 영화는 기시감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깔끔하고 괜찮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독창성이라는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감독의 전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닮은 지점도 있어요. 어떤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고, 반대로 기존의 세계를 이어받아 재현하는 데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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