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하인간
지하인간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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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원작이 최초로 내포하고자 의도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면 모작은 원작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본질을 발견하고 그곳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마치 계단을 오르듯이 원작을 첫 번째 발판으로 삼아서 그것이 제시하고 있는 목적지를 향한 다음 발판으로 모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작이 원작보다 가치 있다는 주장은 이러한 추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기 해석학의 원리와 유사하다. 인간이 타인의 텍스트를 매개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처럼 원작은 모작의 존재를 말미암아 그 본질을 통찰하기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카피하다> 속 두 주인공은 이를 실천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부부인 척 행동하는 장난을 계기로 각자가 마음 속에 묻어 두고 있었던 결핍을 발견한다. ‘연기’라는 모작을 통해 ‘사랑’이라는 원작의 본질로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탐구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그의 작품에서 꾸준히 성찰해 왔던 현실과 허구의 관계로 한 번 더 확장된다. 현실이 원작이라면 그것을 허구로 구성한 영화는 모작이기 때문이다. 영화 또한 모작과 원작의 관계처럼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자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의 영화를 통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학과 철학, 그리고 사랑까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하나의 ‘장난’으로 깊고 넓은 우물을 파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