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규민
규민
2023.11.06
너도 힘들었겠구나. 이제야 알아서 미안해, 잘 지내길 바라. -나의 X에게.
보기 드문 트렌스젠더(FTM)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단순히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섹슈얼리티를 부각한 영화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였다. 그 과정에서도 나 자신만을 돌아보는 게 아닌 다른 수많은 관계들도 돌아본다. 지구 반대편에 살아 성전환 수술하고도 2년 넘게 못 본 아버지와 이혼 후 따로 지내는 어머니와 13살이나 차이나는 이복 동생과의 관계라던지, 전 연인인 존과의 관계까지 모두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나 이성애 관계로 만났던 전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싸우는 장면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지지고 볶는 감정과잉과 욕설이 난무하거나 타인의 정체성을 기만하지 않는 이도 보기 드문 성숙한 이별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서 그 누구에게 감정이 기우는 게 아니고 우리 모두 힘들었구나, 각자가 각자의 당사자였구나를 깨닫게 만든다. 퀴어 영화 속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클리셰의 한 틀을 깨는 부분이기도 했다. 페냐는 분명 금방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잘 지낼 것이다, 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2023 SIPFF 키노라이츠 초대 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