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은채
2019.02.25
반항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영화 내내 부조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이 점은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인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에서 콜린 파렐이 연기한 데이비드가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회가 강요하는 가치를 부수려는 노력을 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내 나름대로 이 점을 가지고 생각해보며 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어있는 듯한 연기를 했는지 답을 찾아보았다. 감독에게는 더 랍스터의 데이비드와 같은 '반항하는 인간'이 긍정적인 인물이며, 지향해야 하는 인물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보면 문제 상황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계속해서 부정하는 이가 있고, 문제 상황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이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이도 있는 등 부조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의 결말부에서는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순응하고 가족을 희생시키기까지 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바람직한 인간상과 대척점에 놓인 인물들이다.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이 인물들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관객들이 극 속의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냉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추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연유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는 인물들에게서 감정을 빼앗은 것이 아닐까 싶다. 콜린 파렐이라는 같은 배우가 연기했음에도, 더 랍스터의 데이비드는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줄 알았다면 이 작품의 스티븐은 슬픔과 분노라는 두 개의 감정만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무감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설정되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