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2023.11.22
꽃 피는 봄이 오기 전 유난히도 시렸던 긴 겨울의 첫눈
이 영화는 12·12 군사반란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12월 12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짧은 9시간 동안 서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긴박하게 보여주며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과 결과만 알고 있는 입장에서 영화는 생생한 전개를 선보여 빠져들게 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과 몇 십 년 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게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작은 나라에서 십몇 년 동안의 격동을 겪어온 세대의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왔을지 헤아리기 어렵기만 하다. 그로 인해 그분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민주주의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영화는 수많은 배우들이 참여해 장면이 바뀌어 새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놀라게 만들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참여에 의의를 둔 듯한 배우들도 여럿이었고, 특별출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정민 배우와 정우성 배우가 단연 돋보였던 건 맡은 캐릭터를 너무나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전두광이 등장했을 때부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확 났고, 마지막에 미친놈처럼 웃던 장면 역시 진짜 저랬을 것 같아 부아가 치밀었다. 황정민 배우는 언제나처럼 연기를 잘 하지만, 이번 역할은 각 잡고 한 것처럼 너무 잘해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정우성 배우는 <헌트>에 이어 누구 죽이기에 진심인 캐릭터로 굳혀졌는데, 뚝심 있고 올곧게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기만 해서 내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던 뜻으로 인해 후반엔 눈물이 나게 만들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더욱 빛이 났다. 유신 정권이 끝나고 봄이 오는 듯했으나 더 큰 시련과 추위가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어둡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 묻혀 있던 현대사의 단면이 이 영화로 인해 마음에 또 다른 아픔으로 새겨질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