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19.03.05
'어쩌다, 결혼'은 각자의 이유가 맞아떨어지며 가짜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남녀를 둘러싼 로맨틱 코미디다. 가짜로 사랑하는 척하는 로코 설정은 새롭진 않으나, 이 영화가 좀 특이한 점을 꼽자면 어마무시한 출연진과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이 점은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웃을거리를 제공하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꼬아버리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유불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해 사전 정보라곤 제목말고는 전혀 없는 상태로 들어간 사람으로서 배우들 보는 맛이 정말 풍부했던 경험이었다. 제작에 참여한 아티스트 컴퍼니가 지원 사격을 화끈해게 해준 것 같았다. 우선 주연 김동욱이 반갑다가, 갑작스러운 유명 배우들의 카메오에도 놀라고, 무엇보다 김의성, 조우진, 이채은, 염정아, 김선영 등 수많은 명품 배우들의 향연의 등장들에 깜짝깜짝 놀라는 재미가 있던 영화다. 게다가 이 배우들이 맡는 역할들도 굉장히 개성이 넘치고 강렬하다. 주연 배우들과의 호흡이 굉장히 좋으며,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과 씬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즐기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조연들 덕에 주연도 살고 영화도 산 케이스라고 본다. 노련한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서 그런지, 이 영화의 모든 배우들은 주인공들이 어떤 캐릭터들이며 어떤 여정을 거쳐야하는지 잘 파악하고 그 여정을 표현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동욱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철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며 사람들과 세상살이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설정을 스테레오타입에 기대어 연기하지 않고, 현실에서도 볼 법한 호감적이고 일상적인 사람으로 표현한 점이 정말 좋았다. 덕분에 이 캐릭터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하는지를 잘 파악할 수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이 캐릭터가 식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고성희는 날개 꺾인 새와도 같은 캐릭터다. 한때 꿈과 목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방황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화는 고성희를 틀에 박힌 캐릭터로 표현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인공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주인공들보다는 주인공들을 대하는 조연들을 통해서다. 덕분에 주연 배우들이 연기적인 자유를 얻게 된 것 같고, 틀에 박힌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아닌 몰입하고 공감하기 쉬운 입체적인 사람들로 느껴졌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너무 튀는 캐릭터들이 모든 씬에서 한 명 이상씩 나오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영화가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영화 도중에 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공간들이 너무 적었다. 여기에 연출까지 너무 산만했다. 스플릿 스크린을 과하게 사용하는 도입부도 별로였고, 음악이 너무 과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어쩌다, 결혼'은 나름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코였다. 8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숨가쁘게 질주하는 좌충우돌 로코로서, 때론 매력이 넘치고 때론 과하기도 했지만,결론적으로는 영화 내내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