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owlppami
2019.03.10
스마트함으로 꽉 찬 영화
척 봐도 저예산 영화이지만 내용물은 어느 AAA급 영화에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2018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영화 [서칭]을 봤습니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어느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로 거의 모든 영상이 PC 화면에서 보이는 형태로 진행되는 아주아주 독특한 형식입니다. 딱히 특별할 거 하나 없이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인터넷 브라우저, 이메일, SNS, 메신저, 영상통화 등 익숙한 장면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오히려 새롭고 더욱 몰입을 하게 해주는 듯합니다. 보통 영화에서 익히 봐 온 아이언맨이나 쓸법한 휘황찬란한 영상에 마우스 없이 키보드만으로 슉슉 펼쳐지는 허황된 UI/UX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영상이 묘하게도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단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SNS라는 요즘 세상의 문화에 대한 단면과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더욱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듯합니다. 쓰린 속상함에 폭삭 늙어가는 아버지 역을 열연한 '존 조'의 연기도 굉장하지만,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 깜빡이는 커서, 썼다가 지우는 문장, 바탕화면에 흩뿌려지는 파일들 등으로 표현되는 인물의 감정이 이렇게 잘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오타가 나올 정도로 다급한 타자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니 만큼 더 커지는 기다림이란 절박함. 편지의 필체, 레코드판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식과는 다른 디지털 세상의 감정 표현을 집대성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그 때문인지 13일 촬영에 2년의 편집이었다고 하니, 그냥 익숙한 웹사이트 장면 한 컷에도 놀라운 정성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어느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소개로 시작되는 '간단하면서도 할 건 다하는'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음을 보여줌은 물론, 급박한 사건의 전개 속에서 약간 늦춰질만하면 한 번씩 바짝 땡기는 긴장감의 템포가 아주 훌륭하다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예상이 힘든 건 물론이고, 완급조절마저도 멋진 이야기로 영화가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영리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쉬 차간티' 라는 신예 감독을 기억해둬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