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danomelefac
2023.12.04
분명 재미는 있으나 그것은 연출에 의한 재미가 아닌, 실제 역사의 드라마틱함에서 오는 것
역사적 맥락을 제외하면 전두광을 주인공으로 한 케이퍼 무비와 다름없다. 고문 등 몇 장면을 제외하면 전두광에게 분노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한탕을 노리는 캐릭터가 계획대로 안 되는 작전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데서 오는 쾌감이 어렴풋하게 느껴진다는 얘기. 오히려 줏대없고 무능한 주변 인물들에게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가 매우 미심쩍다는 생각. 이 영화는 한국의 역사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악인과 그가 일으킨 현대사의 분기점에 대한 성찰적 탐구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태도는 꽤 중대한 결함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역사를 환기할 수밖에 없는 한국인에게는 전두광이 전두환으로 보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결국 능동적이고 진취적이지만 약간의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 매력적으로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의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수많은 분노를 쏟아내는 건, 이 영화가 (역사를 이해하고 성찰을 이끌어내는 의미로)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전두환이 개쓰레기라는 한국인의 배경지식 때문이 아닐까.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 가명으로 해두고선, 끝날 때 실존인물의 이력을 붙여넣는 선택이 의아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역사와 무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지우고 재미를 추구하면서, 마지막에 가선 어설프게 교훈이라도 주려는 건가. 왜 이 시대에 전두환의 이름을 다시 불러낸 이유도 모르겠고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아주 이상하고, 그래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