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양기자(YCU)
2019.03.18
'세월호 참사'를 꼭 넣어야 했을까?
내부 정보를 통해 돈을 챙기는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자신의 비리 압박이 심해지면서 경찰 창고에 손을 대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폭발한 창고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고,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더 큰 음모가 있다는 것이 <악질경찰>의 초반 전개다. '조필호'를 맡은 이선균은 날 선 눈빛과 더 악독한 표정,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비열함, 담백한 욕 연기를 통해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초반 전개는 '경쾌한 리듬감'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면서, 작품을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대표 영화 <아저씨>(2010년)를 떠올리게 한다. '조필호'도 사회적 '악'이지만, 더 큰 '악'을 만나게 되고, 이에 따른 자기 반성에 의한 변화가 관객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랐던 감독의 메시지는, 그러나 이 '세월호 참사' 소재를 사용하면서 의도치 않게 흐려졌다. <악질경찰>의 주요 배경은 2014~15년 '안산 단원경찰서'로, '조필호'는 '폭발 사건'의 비밀을 담은 동영상을 지닌 채 사건에 휘말리는 '미나'(전소니)의 비밀을 발견하는데, '미나'는 친구를 '세월호 참사'로 떠나보내고 자신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아픔을 지녔다. 이처럼 <악질경찰>은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벌어진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 재난 영화인 <부산행>(2016년), <터널>(2016년) 등이나, 독립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2015년), <그날, 바다>(2018년) 등을 통해 등장한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묘사해 개봉한 첫 상업영화가 됐다. 미국에서도 2011년 '9.11 테러'가 일어나고, 할리우드 상업영화로 기획된 작품들인 <플라이트 93>(2006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년)가 5년 후에 나왔던 것을 떠올린다면, '세월호 소재'를 영화화한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작품에서 '실제 사건'을 다룰 때는, 반드시 그 사건을 다뤄야 하는 이유를 담은 명료한 주제 의식, 피해자나 유가족에 대한 배려 등이 모두 필요하다. 실화를 허술하게 연출한다면, 역사를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은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관객의 비야냥을 받기 쉽다. <악질경찰>은 굳이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상 사건'을 만들어 넣더라도 진행엔 무리가 없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한 진심 어린 배려는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생일>처럼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박평식 평론가'의 지적인 '도 넘은 장삿속'이 되고 만다. 예고편에는 하나도 없던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본 관객은 초반 유쾌한 장면을 보며 웃은 것에 대해, 스크린과 현실을 분리하고 싶어 하는 '죄책감'을 받게 된다. 더욱이 '세월호 피해자'로 상징될 수 있는 '미나'가 어른들로부터 수치심을 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조필호'가 각성하게 된다는 내용은 권선징악의 '통쾌함'과는 거리가 먼 연출처럼 느껴졌다. 범죄를 사주하고, 비리를 눈감는 경찰의 이야기를 뼈대로 한 <악질경찰>의 가장 큰 악은 비자금 사건 루머에 시달리면서 사건을 타파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성그룹' 회장, '정이향'(송영창)으로, 그에게는 오른팔로 각종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권태주'(박해준)와 비자금 추적을 담당하는 검사이면서 은밀한 '검찰·재벌 유착'을 진행하는 '남성식'(박병은)이 있다. 이러한 사회 부조리 현상이 매우 직설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그야말로 환멸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클럽 '버닝썬' 사태나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까면 깔수록 더 충격적인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더 이상하면서, 엄중히 처리되어야 하는 이 시점에 <악질경찰>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악덕 재벌과 비리 검사에 맞선 악질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악질경찰>은, 2015년 이정범 감독이 범죄 장르물 원안에 '세월호 참사'를 넣어, 국내 투자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던 중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가 2016년 투자를 결정하게 되면서 제작이 이뤄졌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촬영이 진행된 영화는 대선 이후인 8월에 촬영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개봉은 2년 가량 이뤄지지 못했다. 이정범 감독은 "논란을 예상해 매일 같이 자기 검열을 했고, 관객이 가져갈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하되 진정성을 표현했다"라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소재를 선택한 용기와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관람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좀 더 사려깊었으면 좋았을 영화였다. 2019/03/13 CGV 용산아이파크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