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일러 주의!

9.2/찰나의 희망 뒤 극한의 절망을 선사하는 이들. 허나 한 쪽은 애초에 있었던 적조차 없는 가짜 희망을, 한 쪽은 확실히 가능성은 있었던 진짜 희망을.

9.2/찰나의 희망 뒤 극한의 절망을 선사하는 이들. 허나 한 쪽은 애초에 있었던 적조차 없는 가짜 희망을 웃는 얼굴로 떠먹여주고, 한 쪽은 확실히 가능성은 있었던 진짜 희망을 굳은 표정으로 건내줌. / 상당히 의미있고 성공적이며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부활임. 영화 자체의 장르적 재미는 물론, 시리즈를 깊이 관통하는 장면들과 지금껏 볼 수 없었거나 금기시되오던 모습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존 크레이머라는 상징적인 인물에게 깊이 집중해서 기어이 서사와 인물 모두를 완벽하게 완성시켜 냈기에 더 애정이 가기도 함. 반전의 충격만큼은 여전히 1편이 압도적이긴 해도, 1편 이후로 점점 어지럽혀져온 시리즈를 깔끔하게 정리해냈다는 점에서 공이 큰 작품임. / 게임의 플레이어가 존 크레이머의 통제에서 벗어나 존을 몰아붙이고, 아마도 시리즈 최초로 어린 아이가 플레이어로서 게임에 참여했으며, 역시 시리즈 통틀어 처음으로 존 크레이머가 본인이 만든 트랩에 묶여 게임을 수행하는 등, 반전이 아님에도 반전급의 충격과 임팩트를 선사하는 장면들을 다수 볼 수 있었음. 물론 이마저도 존이 구상한 큰 그림의 일부이긴 했지만, 게임에서 생존한 가브리엘라를 죽게 만들거나, 아무 상관없는 어린 아이까지 끌어들였단 점 등은 명백히 존의 계산 착오이기도 했음. 하여튼 덕분에 진심으로 당혹스러워 하거나 분노를 내비치는 모습,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 등, 여유부릴 새 없이 진심을 다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존 크레이머의 진심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었음. / 한편 동료의 도움으로 자유로워진 빌런이 묶여있는 존을 향해 그의 이명인 '직쏘'를 언급해가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하지 않는 비겁한 위선자이며 살인마일 뿐이란 식으로 몰아세움. 그간의 현자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멋드러진 포장에도 불구하고 한 켠에는 찝찝하게 남아있었던 존 크레이머의 행적에 대한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판단, 피할 수 없는 딜레마를 빌런의 입을 빌려 지적하고 있는데, 뭔가 지금껏 시리즈가 쉬쉬하고 있었던 부분을 다름아닌 빌런 캐릭터가 긁어준다는 데서 오묘하고 애매모호한 쾌감 비스무리한 것이 느껴졌음. 그리고 한편으론 정면돌파를 하고있단 느낌이 들기도 했음. 위선자, 살인마일지는 몰라도 존 크레이머는 언제나 일관성 있게 자신의 뜻을 관철해왔고, 이를 생존자 가브리엘라를 진심으로 치료해주려 하거나 어린 아이를 위해 기꺼이 본인이 희생하는 모습, 천인공노할 악인이지만 평등하게 생존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음. 그 덕에 존 크레이머라는 인물이자 주체의 신뢰도는 자연스레 상승했고, 그에 대한 여러 의문들 앞에 '굳이'가 붙으며 저절로 무력화된 느낌이었음. / 존 크레이머가 막판 피를 뒤집어쓴 채로 되살아나며 플레이어들을 얼어붙게 만드는데, 조금 못 미치더라도 1편 말미에 보여줬던 충격 그 자체인 반전의 전율을 다시금 되살려줬음. 또한 끝없는 절망을 선사하며 두꺼운 지하실의 철문을 닫았던 1편의 존 크레이머가 이번엔 닫혀있던 문을 활짝 열고서 어린아이와 함께 동이 튼 바깥 세상으로 걸어나가는데, 앞선 피칠갑 부활과 더불어 센스있고 반가운 오마주였으며, 시리즈의 찬란한 부활이자 정통성 있는 진정한 계승을 의미하는 느낌이었음. / 존 크레이머가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을 맡은 시리즈 최초의 작품이기도 함. 수많은 트랩들 및 고어적인 묘사, 허를 찌르는 반전 등과 함께 <쏘우> 시리즈의 상징이자 정체성 그 자체였던 존 크레이머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고, 무시무시한 심판자이자 삶에 초연한 초월자적인 모습 이전에 여느 사람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고, 누구보다 살아남고 싶어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조명했음. 지금껏 플레이어들에게 언뜻 궤변 같으면서도 듣고 있으면 어느새 설득 당하게 되는 일침이자 조언을 날려주고, 3편에서 죽기 직전의 순간까지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는 등, 도저히 범인으로는 보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여온 천하의 존 크레이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대부분 납득할 수 있었음. 한 캐릭터를 20년 가까이 연기해 온 연륜있는 배우의 진중한 연기도 한 몫 했고, 9편까지의 행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초창기 시절의 설정 밎 캐릭터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교묘하고 절묘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부여해낸 덕이기도 함. 지금껏 존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덕목?들, 삶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존중, 살아남을 기회의 평등 등을 이번에도 분명하게 강조하는 동시에 존 스스로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기쁨, 당황, 분노 등의 격한 감정을 드러낸 덕에 낯설기보단 오히려 새로운 면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저 '1대 직쏘' 정도로만 남을 뻔했던 존 크레이머를 성공적으로 되살려냈음은 물론, 조용하고 묵직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를 모두 갖춘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시켜주기까지 했음. / 천하의 <쏘우> 시리즈의 부활을 논할 만한 작품답게 트랩의 개성과 창의성, 고어적인 묘사만 보더라도 충분히 합격점이었음. 손가락을 꺾거나 눈을 뽑아버리고, 양팔에 폭탄을 이식하고 후벼파서 제거하게 하고, 실톱으로 자기 다리 썰게 한 뒤에 척수를 뽑게 하고, 목도 댕강 잘라버리고, 자기 두개골 열어서 뇌를 꺼내게 하고, 공중에 매달아 지지면서 망치로 자기 손발 작살내게 하고, 시소처럼 레버를 움직여서 물고문 말고 피고문을 가하고, 독가스실 안에서 서로를 죽이게 하는 등의 다채로운 트랩들. 표현수위도 상당히 적나라한 것이 딱히 삭제된 부분이 없는 듯해서 다행이다 싶었음. 잔인하지 않으면 <쏘우>가 아니라 해도 될만큼 <쏘우>하면 뭐니뭐니해도 잔혹하고 적나라한 고어적인 묘사가 필수 조건이고, 악평 속에서도 잔인함 원툴로 버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즐길거리들이었음. / 시리즈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오프닝 게임을 앞두고 존 크레이머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며 잠시 뜸을 들이는데, 지금까지는 다짜고짜 게임을 진행해놓고 플레이어가 왜 타깃이 됐는지를 추후에 밝히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이유를 먼저 알려준 뒤에 게임을 진행함. 물론 실제 벌어진 적이 없는 왓 이프식의 전개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상당히 의미있게 느껴졌음. 기억이 맞다면 <쏘우 3D> 속 존의 아내 질 턱의 꿈 속에서 벌어진 게임을 제외하면 시리즈를 통틀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지만, 존 크레이머의 의중이 담긴 첫 번째 가상의 게임임. 이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의미를 띄는데, 존 크레이머가 자신의 트랩과 게임에 담아내는 목적과 철학, 플레이어들을 대하는 태도 등이 드러나는 게임이란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짐. 트랩의 방식이 해당 플레이어이기에 더욱 의미와 가치를 띄고, 게임에 앞서 친절하게 플레이어의 과오를 미리 밝혔으며, 플레이어가 그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서 운 좋게도 구원받기까지 했음. 플레이어를 단순 희생자 혹은 계도 대상자로만 보지 않고 구원?받을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있음은 물론, 플레이어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명확하며, 대상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기 위함이란 목적을 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 / 와중에 이번 오프닝 게임은 좀 순한 맛이다 싶었음. 도둑놈에게 눈과 손가락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게임이었는데,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되는 수준은 아니었고, 게임 방식도 비교적 단순해서 에피타이저로 적당하다 싶었음. 한편 가상의 게임이긴 했어도 보면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좀 거슬렸음. 솔직히 손가락 다섯 개는 일단 부러져도 치료하면 되지만, 눈은 아예 뽑혀버리니 치료고 뭐고가 불가능한데, 그걸 못해서 평생 시력을 잃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좀 답답했음. /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잡혀오는 마당에 무려 존 크레이며 본인을 비롯한 수십 명의 간절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인간들이니 지금까지의 심판 대상자들과는 그 죄질부터가 차원이 다름. 때문에 존 크레이머가 사명감은 물론, 본인의 사적 원한까지 담아서 실시간으로 친히 모니터링까지 해가며 게임을 진행했고, 확실히 그 무게감부터가 다르게 느껴졌음. 트랩들 하나하나에서 조금씩이지만 사적인 감정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뭔가 더 실감나고 흥미진진했음. 물론 그 감정 때문에 존의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흐름마저도 반전의 임팩트 덕에 흥미롭게 넘어갈 수 있었음. 개인적으로 어떤 절대적인 위력의 존재, 먼치킨 등이 계획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소소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을 압도적으로 처리해내는 흐름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후반부에 존에게 닥친 고난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주인공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통에 좀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막판 반전을 통해 미리 세워놓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음이 밝혀진 덕에 결국엔 쾌감에 도달할 수 있었음. / 3편에서 총을 사용한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끝내 사망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지, 솔직히 아만다란 캐릭터에 그리 애정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긴 했음. 게다가 극 밖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많이 노쇠했음이 확 와닿는 존 크레이머 옹께서 멀리 타지에서 홀로 힘들고 외롭게 작업하지 않도록 든든한 조력자로서 거들어줬기에 여기서만큼은 호감이었음. 쿠키에서 등장한 호프만 형사 역시 막 좋아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그 묵직한 존재감 만큼은 여전해서 오랜만의 짧은 등장만으로도 상당한 인상을 남겼음. / 이번 작품의 빌런은 확실히 단순 플레이어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긴 했음.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인솔하고, 시체의 창자를 끄집어내서 로프로 사용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자기 아버지의 명성을 이용해 존 크레이머를 설득하려 들기도 하며, 기어이 속박에서 벗어나 존을 몰아붙이기까지 함. 물론 그마저도 존의 계획이긴 했지만 분명 허를 찌르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과 영향력이 범상치는 않았음. 게다가 존을 향해 나름의 직언을 날리는 역할까지 맡았고, 그 최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에 다시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었음. 물론 개인적으론 그닥 흥미가 동하진 않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그간의 플레이어들 및 빌런들과는 구분이 되는, 전형적이면서도 꽤나 위력적인 인물이긴 했음. / 초반 멕시코에서 검사 직후 간단한 대화를 나눌 때 존 크레이머가 자기한테 간단한? 사소한? 취미가 있다고 밝히는데, 그 때의 표정이 되게 의미심장하면서 무시무시하게 보였음. 취미라 부르기도 꺼려지지만 그래도 일단 취미라고 쳤을 때, 온 세상을 통틀어서 가장 무지막지한 취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임. / 다들 죽음의 공포 앞에서 각자 실감나게 주어진 상황 속 심리와 감정을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마테오 역의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좀 아쉬웠음. 자기 두개골을 직접 잘라내야 하기에 비교적 정신이 뚜렷한 상태여야 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공포에 떨거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같지가 않고 그냥 비명만 연신 질러대는 느낌이었음. / 평소에 영화볼 때 500ml 짜리 음료를 먹는 편이고, 웬만해선 잘 안 남김. 근데 이 영화 볼 땐 255ml 짜리 작은 캔으로 먹었는데 집중해서 보느라 거의 반이나 남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