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4.01.10
스포일러 주의!
7.6/익숙하고 편안한 오늘 대신 낯설고 불편한 내일을 향해 뛰어들어 헤엄쳐 나가는 클레오가, 이제는 클레오의 세계를 떠나려는 더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마지막 나의 글로리아에게.
7.6/익숙하고 편안한 오늘 대신 낯설고 불편한 내일을 향해 뛰어들어 헤엄쳐 나가는 클레오가, 이제는 클레오의 세계를 떠나려는 더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마지막 나의 글로리아에게. / '헤어짐은 또다른 시작', '아름다운 이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의 다소 상투적인 관용 어구들을 아주 오랜만에 진심으로 와닿게 만들어줬음. 클레오와 글로리아가 헤어지는 순간은 진정으로 각자에게 또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너무나도 슬프고 아픈 이별이지만 아름답게 빛날 수 있으며, 언젠간 이 아픈 시간도 훌쩍 지나가고 무뎌져서 소중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임. 단순히 아픔과 슬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지막 두 사람이 보인 눈물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음. / 갓 태어난 아기가 죽어버리길 바란다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하고 확고한 소망. 딱 그 때, 그 순간이기에 입 밖으로 꺼내더라도 용인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는 아주아주 못됐지만 그만큼 처량하고 안쓰러운 생각. 어린 배우의 몹시도 실감나는 연기 덕에 아기가 죽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와 아기를 잡고 빨리 죽으라며 흔들어제낄 때의 표정이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어서 참으로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되게 섬칫하게 느껴졌음. 극한의 순수한 진심으로 바라야지만 나올 수 있을 그런 표정과 눈빛이었음. / 클레오 역의 루이스 모루아 팡자니와 글로리아 역의 일사 모레노 제고의 연기는 실제로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연기였음. 루이스 모루아 팡자니는 이런 류의 유럽발 예술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대체 어디서 저런 친구들을 데려오는 것이며, 저 나이에 어찌 저리도 깊이 몰입할 수 있을까 싶은 연기를 보여주는 어린이 배우였음. 그냥 화면 속 저 아이가 클레오란 실존 인물 그 자체로 보였으며, 실제 배우도 본인이 클레오라고 진심으로 믿고있는 상태에서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었음. 리얼한 연기 덕에 <인간극장> 류의 감성 다큐에다 좀 더 보기 편하도록 극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전개, 편집, 연출 등을 더해놓은 느낌이었음. 일사 모레노 제고 배우 역시 인물의 여러 설정 및 사연들을 마치 자기가 직접 겪어온 것인양 감쪽같이 품고서 연기에 임하는 느낌이었고, 진심으로 클레오란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음. / 대견한 츤데레 세자르. 한동안 떨어져 지냈던 엄마가 마침내 돌아왔지만, 누나가 만삭인지라 엄마의 신경은 누나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프랑스에서 돌봤다던 아이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있던 엄마의 관심마저 그 아이에게로 쏠림. 지금껏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엄마의 관심이 절실했을 테고, 그럼에도 어쩌다보니 본인은 사실상 찬밥 신세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굴러온 돌 클레오를 꽤나 성의껏 챙겨줌. 누나의 출산으로 세자르와 클레오가 단 둘이 남게 됐을 땐 어린 아이 특유의 질투심이 발동해 방치되던 클레오가 봉변을 당하거나, 실종되거나, 하다못해 조금 다치기라도 할 줄 알았음. 근데 니네 집에나 가라며 엄포를 놓을 땐 언제고, 내심 걱정됐는지 자길 따라나온 클레오를 데리고 다니며 밖에서 잘 놀고, 집에 와서는 손수 씻기고서 직접 밥까치 척척 만들어서 먹여줌. 솔직히 집에 둘만 남겨졌을 땐 뻔하고 불필요한 사건 및 갈등이 펼쳐지며 전개가 늘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왠일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조금은 싱겁긴 했지만 다행이다 싶었고, 마음이 편안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