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이
진이

진이

2019.04.15

절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내면적 붕괴에 대한 이야기

- 절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내면적 붕괴에 대한 이야기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인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절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내면적 붕괴'이다. 에단 호크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으며 곁가지 주제들이 있긴 하나 결국 한 남자의 내면의 붕괴에 관한 이야기로 보였다. 영화는 내내 톨러(에단 호크)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톨러가 쓰는 저널에 의해 진행된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톨러의 시점에 의해 해석된 것을 보게 된다. 톨러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가훈이라는 미명 아래)으로 아들을 이라크 전쟁에 입대시켰다. 아들은 그 전쟁에서 전사하게 되고, 그 일로 톨러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이혼하게 된다. 이후 퍼스트 리폼드라는 작은 교회의 목사가 된 톨러는 어느 날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요청에 의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메리의 남편을 상담하게 된다. 메리의 남편 마이클은 환경운동가인데 다소 급진적이다. 그는 지구에 미래가 없다고 하며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며 메리가 임신하고 있는 자신의 아이도 지우고 싶어 한다. 우울증에 의해 결국 마이클은 자살하게 되고 우연히 그 사건에 연관되어 버린 톨러는 혼자 남은 메리를 돕게 된다. - 퍼스트 리폼드 교회와 톨러 목사(에단 호크) First reformed, 이 영화의 제목은 에단 호크가 있는 교회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교회는 톨러 목사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 의도적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교회=톨러이다. 퍼스트 리폼드는 관광지 교회라 정식적 교회의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기념품 숍 같은 의미를 지닌다. 아들의 죽음 이후 망가진 톨러의 빈 허울 같은 삶을 대변한다. 퍼스트 리폼드는 철거될 뻔했지만 풍성한 삶 교회의 도움으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되는데 톨러 역시 풍성한 삶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이 교회의 목사 자리를 받게 된다.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 중의 하나가 퍼스트 리폼드의 250주년 기념식 준비이다. 이는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교회를 재건해보자, 결국 톨러를 재건해보자는 것이다. 중간에 교회 관광 투어를 시켜주는 장면에서 톨러가 교회에 전쟁의 흔적으로 총알 자국 2발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라크 전쟁의 상처를 가진 톨러의 내면과 일치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교회이지만 실제 교회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 또한 톨러의 내면이 그만큼 망가져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톨러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영화 내내 톨러의 건강 문제가 계속 언급된다. 마이클에게는 술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술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 마이클의 죽음을 목도한 뒤, 톨러의 내면엔 절망과 우울이 더 심해지며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신다.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파괴한다. 에스더가 톨러에게 제발 자신의 건강을 돌보라며 눈물로 호소하지만 톨러는 냉정한 말로 뿌리치는데 자기파괴적 욕망이 매우 커지게 된다. - 환경보호는 무엇? 이 영화에 조금 이상하게 계속 환경 문제가 언급된다. 사실 톨러의 개인적 상처는 환경 문제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의 환경 문제가 톨러에게 옮겨가 톨러 역시 세상에 분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내 생각엔 내면의 진짜 아픔(아들의 죽음)을 정면으로 볼 자신이 없는 톨러가 외부에 분노를 돌려버리게 되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환경 문제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없지만 자기 파괴적 성향이 가득 찬 상태에서 외부로 화살을 돌리며 같이 죽고 싶어 하는 욕망 자체가 사실적으로 잘 그려졌다.(미국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고 문제들이 대부분 이런 심리에서 비롯된다) - 결국 구원은 사랑? 결말이 다소 환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톨러는 결국 기념식날 마이클의 폭탄 조끼를 입고 모든 것을 없앨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와중에 메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되찾게 되는데, 메리를 지키기 위해 절대 기념식에 오지 말라고 한다.(폭탄으로 자살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러나 메리가 그 기념식에 오게 되고, 톨러는 결국 폭탄을 터뜨리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몸에 철조망을 휘감으며 자살을 실행하려는데, 그 순간 메리가 그를 찾아오고 둘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영화가 끝나버린다. 결국 우울증, 한 남자의 내면의 붕괴를 막는 것은 다시 사랑이라는 뜻일까. 어떻게 생각해도 그렇게 보인다. 재정적 지원이나 주위의 서포트를 모두 거부하던 톨러가 오직 마음을 여는 것은 메리이다. 아마 마이클의 죽음을 견딘 메리가 아들의 죽음을 견딘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살아나가려는 메리의 모습이 톨러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영화는 상징적이고 불친절하다. 모든 것은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 다르게 읽힐 가능성도 충분히 많은 영화이다. <택시 드라이버>와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가 레퍼런스로 많이 언급되던데,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는 못 봐서 모르겠고 <택시 드라이버>랑은 조금 비슷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닮은 것 같지는 않다. 아니 뭐 내면의 붕괴가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 영화는 수없이 많다. <택시 드라이버>는 재밌기라도 하지, 이 영화는 도통 난해하다. 나는 레퍼런스를 알든 모르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보다 중간에 사람들이 꽤 많이 그냥 나가버렸다. 서사가 천천히 진행되며 아무리 개인의 내면의 이야기라고는 해도 재미가 좀 없었다. 뜬금없이 환경보호 나오고 교회 비판하는데 그것도 좀 맥락 없는 느낌이었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싫어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 좋은 세상에 머리 아프게. 근데 그마저도 너무 우울하니까. 그냥 리뷰만 읽고 안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