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사 영화화의 진수

'팀 버튼'을 시작으로 많은 영화 시리즈로 등장했지만 유치하고 애들이나 보는 그런 장르로 전락해버린 배트맨. 그런 이미지를 한 방에 바꿔버린 새로운 배트맨 [비긴즈]입니다.​ 대략 알고 있는 배경이긴 하지만 '브루스 웨인'이 고담의 수호자 배트맨으로 성장하는 계기와 그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이전까지와는 다른,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고뇌하고 상처받는 인간적인 면을 가진 배트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슈퍼히어로물의 새 장을 연 그런 작품이지요.​ 다른 영화들과 극명하게 차이 나는 점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각색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그 단적인 예로, 전차를 보는듯한 '배트 모빌'의 육중함은 철저한 현실적 각색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올드팬에겐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이겠지만, 본인에게는 굉장한 충격을 선사한 것으로 "진정한 실사 영화화라는 건 이런 거다!"라고 외치는 듯 보였습니다. ​ 그 당시엔 놀란 감독의 성향을 잘 몰랐던 때라 그저 놀라웠지만 만화 같은, 초자연적, 비현실적을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캐릭터성은 잃지 않는 영화화 각색의 기술은 감탄이 나옵니다. 설마 저 박쥐 떼도...? 싶었지만 박쥐 떼는 CG라고 하네요. 최근작엔 훤한 정수리에 뚱뚱한 역으로만 나와서인지 '크리스찬 베일'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참으로 어색하군요.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가진 '배트맨'의 화려하진 않지만 간결하고 힘 있는 액션도 인상적입니다. 그 외에도 알프레드, 고든, 스케어 크로우, 듀카드 등 굉장히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화려하기보단 시종일관 진지함과 어두컴컴함이 겹쳐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도 있겠고, 브루스 웨인의 인간사가 반절 이상을 차지하기에 빌런의 비중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속작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공들인 프롤로그를 겸하기도 하고요. 최근 떡락해버린 영화판 배트맨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한 2005년 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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