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막막한 포스트 아프칼립스에서도 유효한 마동석의 액션과 유머

작년에 나온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인간의 본성과 선악의 모호함,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통렬한 비판적인 시선을 갖춘 비범하면서도 완성도나 의도에서도 탁월한 작품이었다.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해 사회 문명이 붕괴된 이후 인류의 삶을 그려내는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에 모범적으로 풀어 나간 영화였으며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사투와 선악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세계를 가지고 현재 여러 작품이 제작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황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유사한 설정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였다면 <황야>는 온전한 액션 영화다. 마동석이 주인공이고 감독이 한국 영화 대표 무술 감독인 허명행이다. 정두홍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범죄도시>, <아수라>, <극한직업> 등 수많은 한국영화의 액션을 담당하였고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 4>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액션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뇌리에 박힌 인상적인 장면은 없지만 심심찮게 액션을 삽입하면서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마동석이 총기를 쏘면서 싸우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그것 나름대로 새로웠다. 주먹이 주특기인 분이라 그런지. 마동석 특유의 유머도 좋았다. 마석도가 세상이 망하면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의 장점은 마동석이다. 마동석이 나오면 영화가 재미있다. 근데 마동석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 재미가 떨어진다. 안지혜의 액션과 노정의의 비주얼과 연기, '버거형'으로 유명한 박효준이 오랜만에 배우로 보이는 모습은 나름 인상적인 부분이지만 이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써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는 못하다. <황야>를 보면서 계속 <반도>가 떠오르게 된다. <반도>보다 밝은 점만 빼면 <반도>보다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로써 장르적인 재미나 동력이 얕다. 마동석을 제외한 캐릭터의 매력이 없다. 그렇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 같은 깊이감도 없다. 굳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여야 했는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세트를 그대로 썼지만 같은 세계관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결국 <황야>는 하고 싶었던 것(포스트 아포칼립스)과 보여주고 싶었던 것(마동석의 액션과 유머)이 유기적으로 붙지 않으니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관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희준이 연기한 양기수의 악행이 동기가 제대로 설득이 되지 않는 것도 영화를 깎아먹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범죄도시 4>의 기대감이 떨어지지는 않았고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액션에서는 시리즈 중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마동석의 액션과 유머를 좋아하고 허명행 감독이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액션 연출을 생각하면 <황야> 하나로 실망하지 않고 <범죄도시 4>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킬링타임으로 본다면 <황야>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