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형식의 엉망진장 잡동사니를 버킨백에 정리하다.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어느 카페에 앉아 있죠. 때는 1988년 쯤. 프랑스 배우 제인 버킨의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의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얼굴을 마주보고 있죠. 화면은 어느 명화 그림을 재연한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제인은 마님이 아닌 하녀의 모습으로 있고 뭔가를 뒤적거리는 듯 뒤통수를 끊임없이 보이고 있죠. 다시 또 다른 화면… 거액의 비자금을 찾는 두 남녀가 보이는데 그 중 한 명이 제인이죠. 그렇게 비자금을 빼돌린 그는 파리 거리를 종횡무진하다 에펠탑 광장앞에서 자신의 백에서 물건을 쏟아내죠. 온갖 잡동사니가 흘라나옵니다. 이 영화는 마치 요즘 숏츠 같아 보이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처럼 형식이 없어 보입니다. 제인의 ‘잇츠 마이 백’ 속의 잡동사니처럼 뭐가 흘러나올지 모르는 영화죠. 그렇다면 영화냐고 정의해야 싶겠지만 그가 아녜스와 하는 인터뷰는 뜬금없어 보여도 대답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사실입니다. 잡동사니 같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버킨백‘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처럼 ’다양한 소지품‘ 대신에 ’다양한 장르’, ‘다양한 형식‘으로 대입해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죠. 세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삶은 불안정했고(그래서 집이 압류되는 상황극이 등장했는지도.) 영화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세 번의 결혼으로 기쁨과 슬픔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찰리 채플린을 떠오르게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했다가 사막 한가운데 탐험가였다, 집시였다가, 길잃은 신화 속 여신도 되죠. 거기에 뜬금없는 서부극을 찍기도 하고요. 소음으로 가득한 도로 근처 숲에서 피크닉 연기를 하거나 현대식 2층 버스를 마주하고 잔다르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어질러진 잡동사니 같은 파편은 짝을 맞춰가기도 하고 미완성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거기에 연기자가 아닌 자신이 가수임을 잊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콘서트에서 라이브를 하기도 합니다. 거울속의 제인은 자신이 되기도 하고 남이 되기도 하죠. 이런 무형식의 스토리를 연출한 아녜스 바르다나 그 것이 무엇이든 ‘대장’하고 따르는 제인 버킨의 모습은 배우와 감독을 떠나 하나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몽환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으로 가득찬 영화가 1980대에 만들어지고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가 리마스터링 후 늦장 개봉 된 것도 그럴만 하다(시대를 앞서 나가다)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