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4/검은 소년까진 아니고 어중간한 잿빛 소년쯤.

5.4/검은 소년까진 아니고 어중간한 잿빛 소년쯤. / 왜 제목이 <검은 소년>인가 했는데, 이런저런 고난과 시련들로 인해 주인공이 칠흑같은 어둠으로의 기로에 서있다는 그런 식의 의미인 것 같음. 허나 솔직히 좀 애매하고 어중간하며 어설퍼 보이기까지 했음. 아버지의 폭력과 집착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여전히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이며, 훈이는 그런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음. 도망까지 가야 했던 엄마의 처지야 당연히 안타깝지만, 원인제공을 했더라도 아버지 또한 정말로 힘들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니 훈이는 당장 자신의 삶을 챙길 겨를도 없이 중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할 수밖에 없음. 여기에 어쩌다보니 일진 놈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됐고, 절친이랑도 사이가 틀어져 버렸음. 이렇게 훈이는 일개 고등학생으로선 감당하기엔 버거운 것들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음. 허나 그렇더라도 영화는 그런 상황들을 좀 과하도록 무겁고 심각하게 포장하고 있음. 솔직히 그동안 숱하게 봐온 비슷한 류의 다른 영화들 속 사연에 비하면 비교적 순한 맛으로 느껴지는 데다, 영화가 묘사해놓은 훈이의 상황들이 생각보다 그리 심각하고 처절하게 받아들여지진 않는 편임. 그렇다보니 혼자 세상 어려움이란 어려움은 다 짊어지고 다니는 듯한 훈이의 모습이 좀 과하게 느껴졌고, 그런 훈이를 막 어둠과 연결 짓고자 하나의 캐릭터까지 등장시켜가며 유혹?하고 있는 영화의 흐름도 상당히 작위적으로 느껴졌음. / 안지호 배우의 연기 자체는 상당했음. 사실상의 원톱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었음에도 내내 안정적이었음. 끝끝내 영화가 의도한 바대로 훈이를 막 엄청 처절하고 비참한 인물로까지 표현해내진 못한 느낌이지만, 그건 배우가 연기로 해낼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라 이야기 밎 연출을 탓해야 할 것 같음. 하여튼 안지호라는 배우의 역량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 안내상 배우는 역시나 상당한 연기 내공이 느껴졌음. 분명 훈이네 가족을 와해시킨 장본인이며, 명백하게 나쁜 놈이지만, 그럼에도 종국엔 끝내 안쓰러움을 느끼게 될 정도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연기해냈음. 특유의 망나니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해 개차반 아빠이자 남편을 연기했고, 동시에 내면적으로 나름의 설움과 아픔을 가진 인물까지 표현해냈음. / 동전 가져간 일진한테 주인공 훈이가 자꾸만 덤비는데, 그 모습이 되게 작위적으로 느껴졌음. 중반까지는 가뜩이나 부침을 겪고있는 주인공에게 또다른 외적인 어려움을 안겨주려는 의도가 대놓고 느껴져서 별로였고, 후반부에는 일진놈이 시커멓게 맞춰입고 이 쪽 세상으로 오라는 식의 노골적인 대사까지 날리고 있어서 더욱 별로였음. 노태엽 배우의 연기는 준수했지만, 일진 캐릭터의 등장 자체가 좀 불필요한 이벤트처럼 느껴졌음. / <리바운드>에서도 느꼈는데 안지호 배우 상당한 어깨 깡패임. 나중에 왠지 벌크업 해서 굉장한 피지컬을 보여줄 것만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