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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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영화의 주인공인 케이트 블란쳇의 이미지만 봐서는 낭만과 고고함이 몽땅 다 들어있을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이렇게나 엄청난 솔직함이라니. 이건 뭐 부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영화다. 얼마 전 봤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위아영>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긴 했어도, 아마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본다면 조금 더 공감하고 조금 더 아파할, 그보다 조금 더 깊고, 아주 조금 더 깊은 영화가 아닐까. _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가 익숙한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보았던 영화를 되짚어 보니 <미드나잇 인 파리>를 제외하고는 미장센 외에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두 내가 너무 인생의 경험치가 부족한 탓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고, 감독의 개인사가 겹쳐 영화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남겨두었던 짧은 메모의 끝엔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이렇듯 우디 앨런 감독이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농익은 하나의 열매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온, 경험해봤을지 모를 열병같거나. _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재스민의 삶은 블랙 코미디로 다가오기보다는 두려움 혹은 예정된 슬픔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지켜보기가 몇배로 더 괴로웠다. 꼭 그녀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아도 삶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아주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순간 나는 어떻게 될까? 그녀처럼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발버둥 칠까?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로 물에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차가운 거리를 배회하게 될까? 이런 상상이 온통 내 머리를 휘젓고 다니느라 후반부엔 거의 내가 재스민이 된 듯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로 지켜본 것 같다.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그녀의 동생 진저가 점점 부러워지기도 했으며, 그녀가 성취한 그 사랑이 아름다워 보였다. 대단한 것을 가지지 않아도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드와이트가 재스민이 한 말들이 거짓말임을 알았더라도 그녀를 사랑했다면, 재스민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_ 모두가 처음 사는 삶. 올곧고 우아하게 미칠 것인지, 찌질하고 귀엽게 사랑할 것인지의 문제인가? 어렵다. _ 삶은 결코 ‘완벽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케이트 블란쳇과 샐리 호킨스의 연기가 다 보여준다. <원더 휠> 때도 느꼈지만, 특히 여성 배우의 독백 부분이 항상 너무 좋다. 배우가 분명 화면 안에 존재하지만 바로 내 눈앞에, 무대 위에 있는 듯 연극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더 숨이 막히나 싶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숨 막히는 에너지’가 그리울 때가 있다. 종종 돌려볼 보물 같은 장면들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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