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니
로니
2024.02.16
순전히 장르물로서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지만, 소재를 다루는 솜씨는 많이 아쉽다.
장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평범한 아침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무차별적인 총격의 긴장감도 좋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황을 해결하고자 했던 주인공 베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영화의 기본 설정이 잘못되었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가 밝혀진 뒤 베키는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외부인과 아이들까지 죽였다며 그를 비난한다. 맞는 말이다. 범인은 방관도 죄라는 명분으로 범행을 계획했지만 무고한 이들까지 죽였기 때문에 정당성을 잃었다. 그러나 영화는 의도적으로 범죄 상황을 방관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마치 그들이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듯이 연출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범행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배치로 인해 잔혹한 살상을 어느 정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결말을 보았을 때는 제작진에게 정말로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방관하는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기본 설정은 단단히 잘못되었다.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면 무차별 테러를 소재로 사용해서는 안 됐고, 테러를 다루고 싶었다면 범인에게 동기따위를 줘서는 안 됐다. 순전히 장르물로서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지만, 소재를 다루는 솜씨는 많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