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밀크티
2018.01.18
스포일러 주의!
주인공 패터슨은 버스기사다. 그리고 그는 패터슨에 산다.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의 일상이 요일별로 펼쳐진다. 그런데 그 요일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날이 그날처럼 매일 반복되기 때문에. 영화 속에 계속 등장하는 쌍둥이들의 모습처럼 월요일도,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요일도... 쌍둥이 같은 날들이 계속 된다. 아침이면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출근한다. 버스로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퇴근 후에는 아내와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길에 동네 바에 들러서 맥주 한잔을 마시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나마 특이한 점이라면 패터슨은 틈틈이 일상에서 영감을 얻은 시를 쓴다는 것. 패터슨의 아내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늘 행복해 보이고, 언제나 생글생글 미소 띤 얼굴로 남편을 대한다. 전업주부인듯 보이는 그녀가 매일 하는 일이라곤 집안 인테리어를 이리 저리 바꾸고, 자기 옷을 직접 디자인해서 입고, 취미로 기타를 배우기도 하고, 바자회에 컵케이크를 구워가기도 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컵케이크 가게를 해볼까 궁리하기도 한다. 짐 자무쉬 감독이 말했듯이 이 영화는 "그냥 평온한 이야기였다. 인생이 항상 드라마틱한게 아니듯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영화"였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영화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내 심기가 그닥 아름다운 상태가 아니어서인지, 항상 행복한 패터슨의 아내를 보면서 가수 이효리의 말이 떠오르더라. <효리네 민박>에서 집사처럼 헌신적이면서도 늘 여유가 가득했던 남편 이상순에 대한 주부들의 칭송에 대해.. 나가서 돈벌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다면 다 이상순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던가. 이효리의 말에 동감한다. 패터슨의 아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들 챙기고, 직장에 나가 하루종일 죽어라 일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또 부랴부랴 저녁을 차려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그래도 늘 그렇게 얼굴에 천사같은 미소가 떠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결정적으로, 아내의 생기있는 표정과 달리 패터슨은 매우 지쳐보였다. 시를 쓴다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같았다. 패터슨이 진정 그의 쌍둥이같은 일상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